한 해 발행되는 책은 약 6만여종이라고 한다. 각각의 책이 만들어지는 스토리도 저마다 다를테다. 세 번째 공저가 출간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썼던 두 권의 공저가 글쓰기모임의 연장선장에서, ‘더 써 보고 싶은 마음’이 모여 함께한 프로젝트였다면, 이번 세 번째 책은, 조금은 다른 계기로 시작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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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경로를 거쳐 글로벌 테크 기업, G그룹의 임원으로 일했던, 로이스 킴 님의 커리어 전환 이야기를 처음 접한건 아마도 어느 유튜브 채널에서였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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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의 임원에서 트레이더 조, 스타벅스, 우버/리프트 기사로의 커리어 전환’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국에서 일하면서 숱하게 들어왔던, ‘어느날 갑자기’ 다가오는 레이오프의 순간을 ‘내가 가진 자원을 실험하는 기회로 삼고 싶었다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쳐 흘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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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덕일까, 다른 채널과 플랫폼을 통해서도 이야기를 더 많이 접하다가 내 최애 프로그램인 유퀴즈에 출연한 그녀의 인터뷰를 보며, 그녀의 팬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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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더 많은 곳에서 알바 경험을 하는 그녀의 소식이 올라오는 소셜 미디어 계정을 팔로우하던 중, 재미있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 ‘비트윈 잡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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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대학 입학 전 유예 기간을 두고 여행을 하거나, 실무경험을 쌓거나 하는 기간을 이르는 말인 ‘갭 이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도 같은데, ‘비트윈 잡스’ 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면서, 어떤 유명한 사람의 성공 스토리의 시놉시스 일부가 아니라, 우리가 겪어왔던, 혹은 겪고 있는, 혹은 겪게 될지도 모르는 순간을 지칭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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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숨기고 싶어하는, 혹은 잊고 싶어하는, 더이상 일을 할 수 없는 그 시기에서 다음 일로 넘어가는 그 과정, 어쩌면, 우리에겐 이런 이야기들이 더 필요했던 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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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윈 잡스’ 네트워킹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그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참여했던 분들이 5분 발표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또 공감하는 시간을 보냈다는 후기를 들으며, 언젠가는 이런 자리에 함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 로이스 님의 담벼락에 새로운 소식이 올라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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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개별 모임에서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우리들의 비트윈 잡스’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내 보고 싶다고. 당시 나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커리어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였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던 참이었다. 사기업처럼 어느날 갑자기 해고 통지를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나에게도 분명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더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순간들이 있었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헤맸던 순간들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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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함께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그렇게 나는 나머지 37명의 작가들과 함께 나의 ‘비트윈 잡스’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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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든 사람들 중 ‘전업 작가’는 내가 알기로는 없다. 그저 자신의 경험이 누군가에겐 레퍼런스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력서에 쓸 수 없었던,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그 공백, 면접에서 언급될까 두려운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써내려 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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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업은 구글 닥스를 통해 이루어졌지만,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읽으며, 위안과 격려를 나누었다. 처음으로 내 얘기를 글로 쓰는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쓸 때는 몇 배의 부담이 더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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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트윈 잡스는 글을 쓰는 시점에도 현재진행형이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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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에만 53개의 포지션에 지원했다. 그것도 우리 기관 안에서만. 열 다섯 개의 부서에서 면접 및 다음 단계 전형 기회를 주었고, 그 중 한 부서의 포지션에 최종 합격 해 올해 초부터는 새로운 job에 적응하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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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입사 지원을 했는지, 또 어떤게 면접 준비를 했는지, 또 어떻게 다른 job으로 넘어가게 되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마흔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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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담긴 얘기를 살짝 스포하자면, 내 ‘비트윈 잡스’ 스토리의 주제는 ‘시즌제’다. 시즌 1, 시즌 2, 그리고 시즌 3. 글을 마무리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상장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을 유지하려면, 이런 과정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예외적인 순간들’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밟아가야 할 삶의 일부일지도 모른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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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삶 한 자락을 들여다보며, 나 자신이나 내 주변의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제목도 참, 마음에 든다. “퇴사하면 큰일 날 줄 알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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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금, 세상에 나오기 위한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제는 안다. 공백이라 불렸던 그 시간은 멈춤이 아니라, 방향을 다시 잡는 시간이었음을.
멈춘 건 일이었지, 내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또 다른 ‘비트윈 잡스’를 지나고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가 그 길 위의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닿기를.
다음 일로 건너가는 순간, 작은 위로가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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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에 서서] 황진영미국 Washington DC에 있는 국제기구에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더 많은 ‘우리’를 발견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공저 <세상의 모든 청년>,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 <퇴사하면 큰일 날 줄 알았지> 를 썼습니다.양 극단으로 보이는 개념들은 어쩌면 서로 맞닿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이에 서서]를 통해 '어쩌면 우리일 수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https://brunch.co.kr/@nowhere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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