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전 여자친구 외에도 무려 120명에게 성범죄 혐의로 고발당했다. 강제 노동, 납치, 협박, 사법 방해, 방화, 조직 범죄 등 중범죄 혐의로도 기소되었고, 현재는 구금 중인 상태다. 재판은 진행 중이다.
그가 호텔 복도에서 캐시 벤투라를 발로 차고, 질질 끌고 가는 영상도 공개됐다. 아무도 그게 사랑이었다고 말하진 못할 것이다.
그런데 캐시처럼, 처음부터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상대방과 사귀는 여자들도 실제로 존재한다. 당했다는 걸 인정하는 게 너무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워서, 되레 그 가해자와 사귀며 이렇게 자신을 설득하는 것이다. ‘남자친구와 한 거니까 난 당한 게 아니야.’ 사귄 뒤에도 ‘그가 날 좋아해서 그런 거였어’라고 해석하지 않으면, 그 관계가 너무 무섭고 역겹게 느껴지니까, 애써 ‘사랑이었다’고 믿고 싶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캐시는 그와 함께하던 시절, “널 너무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낸 바 있다. 그 고백은, 사랑이라 믿어야만 그 관계를 견딜 수 있었던 마음의 증거처럼 느껴진다.
폭력적 관계 속에서 학대당하는 여성들은 종종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그는 사실 나쁜 사람은 아니야. 그도 상처가 많은 사람이야. 잘해줄 때도 있어.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준 적도 있어."
퍼프 대디와 11년이나 만난 캐시도 그런 사고 회로가 작동한 게 아니었을까. 게다가 퍼프 대디는 캐시의 소속사 사장이기도 했다. 연인이자 그녀의 커리어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권력자. 피해자가 가해자를 벗어나는 일이 훨씬 더 어려워지는 구조다.
그렇다면, 자신을 속이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될까? 단기적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게 그 관계에서 벗어나는 거라면, 진실을 직면해야 한다. 가해자를 미화해서는 안 된다.
남편에게 학대당하면서도 경제적인 이유로 헤어지지 못하는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돈이 곧 생존인 자본주의 시대에, 그런 선택을 누가 속물이라 비난할 수 있을까. 당장의 삶을 버티기 위해 ‘이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싶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돈 때문에 이 결혼을 지속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면 헤어질 거다.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사실 심성은 착한 사람이야. 그도 불쌍해. 어린 시절 상처를 받아서, 사랑 표현이 서툰 것뿐이야.”
스스로를 속이게 되면, 혼란이라는 늪에 빠져 탈출의 기회가 와도 출구가 보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폭력을 사랑으로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지금 캐시 벤투라는, 한때 그녀의 개인 트레이너였던 남성과 결혼해 세 명의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남편은 그녀의 마음을 세심하게 돌봐주는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의 삶은 평화롭고 안정돼 보인다.
그녀가 직접 그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그녀의 선택과 지금의 삶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나를 선택해야 했다. 사랑과 통제는 다르다. 나는 마침내 자유로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