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던 분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다. “보통 글쓰기 수업은 그냥 수업만 하고 끝나는데, 작가님은 왜 그렇게 그 이후에도 애쓰세요?” 그분은 내가 글쓰기 모임원들을 위해 뉴스레터를 만들어 연재처를 마련하고 계속 글쓰기를 응원하는 걸 신기하게 생각했다. 매년 연말이면 A/S모임이라고 하여, 역대 글쓰기 모임원들의 글쓰기 상담을 하기도 한다. ‘글쓰기 네트워크’라는 단톡방을 만들어 여러 글쓰기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출판사를 이어주어 책 출간을 도와주기도 하고, 함께 공저를 쓰거나, 추천사를 써주거나 함께 북토크를 열기도 한다. 글쓰기 모임원의 글들은 SNS에 공유하거나 뉴스레터 특별기고 형태로 싣기도 한다. 대단할 건 없지만, 그래도 나름 함께 글쓰기를 했던 사람들을 그렇게 응원하고자 한다.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다소 의아하게 보이기도 하는 듯하다.
사실 그 마음은 대단한 이타심이나 숭고한 인류애에서 나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는 매번 그 마음의 한 가운데 ‘아깝다’는 마음 하나가 핵심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걸 느낀다. 아깝다. 나는 글쓰기 모임에서 그토록 애쓰며 좋은 글을 쓰게 된 사람들이 아깝다. 그들이 계속 글을 썼으면 좋겠고, 그 좋은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때론 모임에서 쓰인 글들이 내가 쓴 글보다 훨씬 더 좋아 보일 때도 있다. 사람들이 내 글 한 편 읽을 시간에, 모임에서 쓰인 이 좋은 글들을 읽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그 아까운 마음이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어딘지 찝찝하게 마음 한구석에 남는 것이다.
내가 세상 모든 아까운 글을 챙길 수는 없다. 세상 모든 아까운 사람들을 도울 수도 없다. 그러나 적어도 어찌 되었든 인연이 되어 몇 달 동안 밤을 새어가며 함께하며 눈앞에서 확인한 어떤 사람들의 글은 챙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본인 스스로 의지가 없는 사람들까지도 어찌할 수는 없다. 대략 글쓰기 모임을 하고 나면, 절반 정도가 그 이후에도 글을 쓰고, 1/3 정도가 1년 이상 꾸준히 쓰고, 대략 10명 중 한두 명 정도가 몇 년 동안 끝까지 글쓰기로 성취를 이루고자 노력한다.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는 게 있는데도, 그런 마지막 한두 명마저 그냥 내버려 두는 건 어딘지 의무 불이행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애쓴다. 그렇게 함께 뉴스레터에 필진으로 참여한 작가들만 서른 명이 넘는다. 함께 10명 이상이 참여한 공저도 벌써 세 권을 썼고, 네 권째를 쓰고 있다. 여러 모임원들이 본인의 단독저서를 내고 작가로 데뷔하기도 했다. 거기에 나의 기여가 아주 크다고 할 수는 없을지언정, 아까운 마음으로, 응원하는 마음을 늘 보내왔다. 아까운 것들이 아깝지 않게 남을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삶에도, 세상에도 이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이 ‘아까움을 견딜 수 없는 마음’은 내 삶 전체를 이끌어왔던 힘 같기도 하다. 나는 나의 노력이나, 나의 시간, 내가 쌓은 공부나 일말의 능력 같은 것들이 늘 아까웠다. 수많은 시간을 들여 글쓰기에 공을 들였으면, 그것을 어떻게든 활용해야 한다고 집요하게 마음먹었던 듯하다. 그래서 온 데 간 데 그리도 많은 글을 썼다. 내가 했던 모든 공부가 아까워서, 그런 공부들을 정리하고 책으로 담아내고자 하기도 했다. 내가 읽은 책이나 내가 본 영화도 아까워서, 매번 리뷰를 쓴다. 오늘 사랑한 기억과 이야기가 잊히는 게 아까워, 일기와 사진으로 남긴다. 돌아보면, 삶 전체가 ‘아까움’의 여정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마다 각자의 삶을 채우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내게 가장 중요한 마음은 역시 ‘아까워하는 마음’이 아니었나 한다. 누군가가 아까우면 그와 깊이 연결된다. 나의 무언가가 아까우면 그것을 위해 스스로 애쓴다. 모든 소중한 것들은 내가 아까워하는 것들이다. 이 아까움을 기억한다면, 좋은 삶 하나 잘살아내리라는 생각이 든다.
* 글쓴이 - 정지우
작가 겸 문화평론가, 변호사. 20대 때 <청춘인문학>을 쓴 것을 시작으로,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 <그럼에도 육아> 등 여러 권의 책을 써왔다. 최근에는 저작권 분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20여년 간 매일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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