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운전을 하기 위해 자동차의 문을 열었다가 헛웃음을 지으며 반대편 문을 다시 열고 자동차에 올라탔다. 일본이나 영국에서처럼 아일랜드도 운전석이 오른쪽에 위치해 있는데 한국에서의 생활이 여전히 습관처럼 남아있어 나는 종종 운전석을 착각해서 앉곤 한다.
늘 여유롭게 주행시간을 계산해야 한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기 위해 걸리는 시간을 구글맵에서 검색해 보면 대략 15분 정도로 나온다. 하지만 아일랜드에서 특히 도시를 벗어난 곳에서 구글맵을 통해 길 찾기 시간을 검색했다면 단언컨대 그 시간에서 10분 내지 15분이 추가로 더 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아일랜드라는 나라 특히 도시의 외곽 마을(아일랜드는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곧 너른 풀밭이 시작된다)을 운전하게 되면 인터넷에서 알려주는 예상 시간을 딱 맞출 수 없는 몇 가지의 변수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단시간 경로는 최단시간 자동차에 수많은 잔 긁힘을 얻게 할 수 있다.
먼저, 아일랜드에서 길 찾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서 얻게 되는 경로에서 단시간에 도착하게 되는 경로를 찾게 되면, 적지 않은 경우 작은 오솔길 등으로 안내를 받게 되는데 시간은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뭇가지나 풀숲에 여지없이 자동차가 긁히게 되고 운이 없으면 노루나 산토끼 또는 여우를 만나게 되면서 동물을 로드킬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아일랜드에서 운전 중에 동물을 보면 귀엽다고 느끼거나 반갑기보다 조심하느라 심장이 두근거리게 되면서 제한 속도보다 낮은 속도로 운전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좁은 산길에서 80km/h의 속도로 달리는 차들을 만날 수가 있다.
한국에서 말하는 국도 수준의 길들이 아일랜드의 거의 모든 마을의 주요 도로로 이용이 되는데, 최근에 이어지는 사고로 교통부에서 제한속도를 80km/h에서 60km/h로 조정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좁고 또 구불거리는 길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에 상대적으로 나의 속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소위 덩치 큰 SUV 자동차가 길 한가운데로 달려오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길 가장자리로 차를 잠시 그리고 자주 멈추는 수밖에 없다.
출처: King of the road Ireland
일요일 운전자(sunday driver)와 느린 왈츠를 춰야 할 수도 있다.
또 반대로 소위 도로 위에서 ‘일요일 운전자(Sunday Driver)'를 만나는 경우도 있는데, 단어 그대로 일요일 오전에 성당에 가기 위해서 운전을 하시는 노인 운전자들을 일컬어 만들어진 말로써 이 분들을 만나면 마을 어귀의 성당까지 저속으로 함께 운전을 해야 한다. 아일랜드의 마을길은 대개 오고 가는 차선이 한 개인 경우가 많아 이들의 자동차를 추월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또 노인 운전자들이 간만의 운전을 하면서 도로에서 긴장하지 않도록 가능하면 추월하지 않고 또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것을 매너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동차보다 큰 바퀴를 가진 트랙터와 함께 달려야 할 수도 있다. 🚜
또 계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봄이 시작되면 농업에 사용되는 거대한 크기의 트랙터가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하는데 대개는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없고 또 좁은 길을 꽉 채워서 움직이게 되면 일반 자동차들은 좀처럼 제 속도를 내기 어려워진다. 또 트랙터의 바퀴는 낮은 자동차의 높이보다 훨씬 높고 큰 경우가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또 많은 경우 트랙터 업체들이 농경지를 갈아주거나 퇴비를 운반해 주는 일을 하는데 그런 일을 하는데 고용된 사람들은 만 16세가 되면서 트랙터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바로 일터로 나온 젊은 일꾼들인데 가끔 거대한 트랙터를 오토바이 몰 듯 과감한 운전을 하는 경우가 있어 조금 더 조심해야 할 수도 있다.
소떼의 출퇴근 시간을 피해야 한다.🐄
출처: Safety signs Ireland
아일랜드는 1차 산업 즉, 농업과 낙농업이 주요한 산업으로 경제가 운영되어 왔다. 인구수 보다 아일랜드에서 길러지는 소의 숫자가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소들이 가스를 방출해서 생기는 이산화탄소가 오존층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일랜드의 연방정권에 녹색당이 포함되었을 때는 소의 개체수를 제한하거나 일정 숫자 이상인 경우에는 높은 세금을 책정하려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농가의 강한 반발을 얻기도 했었다.
그 옛날 한국의 농촌에서 누런 황소들이 집안의 경제를 짊어지고 있었듯이 아일랜드에서 젖소나 소를 키우는 농장들은 아일랜드의 마을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인근 도시에서 규모가 가장 큰 농장을 운영하는 브라운 씨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에서 소들은 축사에서 풀밭으로 매일 아침 출근하고 겨울에는 오후 4시 정도 여름에는 저녁 7시 정도에 풀밭에서 다시 축사로 퇴근을 한다. 대개 풀밭과 축사는 같이 붙어있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도로를 중심으로 양 옆으로 위치하고 있기도 한다.
소들의 상태에 따라서 또 날씨에 따라서 때로는 일하는 사람의 사정에 따라서 출퇴근시간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나는 아이의 등하교 시간과 겹치게 되면 때때로 마음이 조급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느 곳이든 구글맵에서 알려주는 도착 시간보다 언제나 조금 더 여유를 두고 출발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나와 아이는 소들이 출퇴근을 하기 위해 길을 건너는 시간을 재미있게 지켜보는 편이다. 멀리서 소들이 출퇴근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아이는 “엄마. 소들이 출근(퇴근)을 해.”라고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말을 하고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는 속도를 줄이기 시작한다. 농장의 일꾼들이 길을 가로질러 이쪽과 저쪽의 울타리에 흡사 빨랫줄 같은 두 개의 줄을 연결해서 소들이 이동할 경로를 표시해 주면, 신기하게도 줄을 맞춰 소들이 서둘러 길을 건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자동차의 시동을 끄고 소들이 놀라지 않도록 한다. 가끔 농장의 일꾼들이 차 안에 있는 우리를 보면 아침 시간에 학교에 가는 것을 알아차리고 움직이는 소들의 엉덩이를 가볍게 찰싹하며 소들이 서둘러 길을 건너도록 독려하기도 한다.
사계절이 하루에 펼쳐지는 곳😊이 바로 아일랜드
아일랜드는 언제나 늘 비가 내린다. 아일랜드에 와서 비가 내리는 모습에 따라 각각 다른 이름의 비가 있다는 사실도 더 배웠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에 안개도 자주 내려앉는 편이다. 아일랜드의 이런 날씨가 가진 특징을 구글맵은 아직까지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최근 기후의 위기로 아일랜드도 마치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것과 같은 비가 내리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굽은 길이 많아 시야가 짧은 아일랜드의 마을길에서 운전하는 것은 또한 주행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또 반대로 비가 내린 뒤 쨍하고 비치는 햇살은 유난히 공기의 오염이 없는 아일랜드에서는 눈을 시리게 할 정도인데 대낮의 쨍쨍함은 석양이 넘어갈 때도 그 기세를 줄일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쓰고 천천히 안전하게 운전할 수 밖에 없다.
출처: Seasons of Ireland.ie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아일랜드의 멋진 풍경과 함께 좁은 길을 따라 운전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내가 그 풍경 안의 한 부분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는 창문을 살짝 내려 불어 들어오는 바람을 깊숙하게 들이 마셔보면 운전을 하고 있어도 마치 풍경을 따라 걷고 있다는 상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Sidewalk safari
* 아일랜드 일상 다반사
국제결혼을 한 뒤 아이를 키우며 아일랜드의 작은 도시에 살면서 겪고 있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 글쓴이 - 도윤
사람을 돕기 위해 공부하고 또 일하며 살다가, 이제는 아일랜드에서 아내이자 엄마로 살고 있습니다. 나를 알고 너를 이해하기 위하여, 그리고 내가 쓰는 글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읽고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