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 <사운드 오브 뮤직>을 빼놓을 수 없다. 어린 시절 영화를 녹화한 비디오테이프가 닳도록 여러 번 돌려봤다. 어쩌면 춤추고 노래하는 일을 좋아하게 된 데에는 이 영화가 큰 역할을 했으리라 싶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뮤지컬 영화로, 오스트리아의 수녀 지망생인 마리아가 본 트랩 대령 가족의 가정교사로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본 트랩 대령은 아내를 잃은 전직 해군 장교로 일곱 자녀를 군인 대하듯 엄격한 규율로 통제한다. 마리아는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본 트랩 대령 가족에게 웃음과 행복을 되찾아 주고 결국 그 둘은 결혼한다.

마리아는 파티에서 본 트랩 대령과 춤을 추다가 대령을 향한 마음을 깨닫는다. 영화 속에서 춤을 추던 마리아의 얼굴이 어찌나 빛나던지. 영화에 많은 명장면이 있지만, 춤을 추던 마리아의 얼굴은 내 마음에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 그 기억이 어찌나 강렬했는지 영화를 돌려볼 때마다 그 장면 뒷부분은 몇 번을 봐도 새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연인과 함께 춤을 추는 로망이 생겨났다.

나의 남편은 몸치라 아쉽게도 나의 로망은 실현하지 못했지만, 두 사람이 춤을 추다가 서로에 대한 마음을 깨닫는 장면은 여러 영화에 등장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과 레트, <타이타닉>의 로즈와 잭도 춤을 춘다. <라라랜드>의 두 주인공이 보라빛 노을이 내려앉은 언덕에서 춤을 추는 모습은 영화의 시그니처 이미지로 여겨진다. 이 장면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미아와 세바스찬의 관계가 시작되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장면은 단순히 영화적 장치에만 그치지 않는다. 춤을 출 때 우리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조금만 들여다보면, 영화 속 인물들이 춤을 추다가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 게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두 사람이 함께 춤을 추면 두 사람의 뇌에서는 신경 세포의 동기화가 이루어진다. 동기화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을 수도 있겠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동기화는 빛을 발한다. 예컨대 수강 신청이나 공연 티켓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강 신청 사이트 또는 티켓팅 사이트의 서버 시계를 띄워놓고 대기한다. 수강 신청이나 티켓팅이 오픈되는 시간에 맞추어 마우스를 열심히 클릭한다. 웹사이트 서버 시계와 나의 시간을 ‘동기화’한 것이다.

함께 춤을 추기 위해서는 서로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그래야 동작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면 관찰자의 뇌는 관찰자가 마치 실제로 동일한 동작을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반응한다. 상대방이 팔을 들어 올리면, 팔을 들어 올릴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이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는 사람의 뇌에서도 함께 활성화된다.

함께 춤을 추는 두 사람은 서로를 관찰하고 또 서로에게 맞추어 움직인다. 서로의 호흡이 맞아 들어갈 때 두 사람은 쾌감을 느끼고, 서로 연결되었다고 느낀다. 이때 춤추는 두 사람의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사랑에 빠질 때도 분비된다. 뇌는 생각보다 속이기 쉽다. 우리는 기분이 좋을 때 웃지만, 반대로 웃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그러니 춤을 출 때 분비되는 도파민이 서로를 향한 감정에 눈을 뜨게끔 부추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동기화 현상을 반대로 이용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커플은 평소에는 대화가 잘 통하다가도, 싸울 때면 서로 말이 그렇게 안 통할 수가 없다. 마치 각자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그럴 때 춤을 춰서 뇌 신호를 동기화하면 대화가 조금은 통하지 않을까 하는 우스운 상상을 해본다. 물론 정말로 그런 제안을 하면 오히려 분위기가 안 좋아지겠지만 말이다.

커플춤은 상호작용하는 두 사람 사이에 동기화가 일어나게 만든다. 조금 더 시야를 넓혀보면 꼭 춤을 추지 않더라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옆에 있는 사람과 상호작용하고 또 때로는 동기화되어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