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러한 관계를 단순히 좋다,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논문은 이러한 관계가 제공하는 예측 가능성과 정서적 안전감을 주요 매력으로 설명했다. 실제 사람은 어떤 말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AI 친구는 사용자의 취향과 기대에 맞는 반응을 보인다. 이 관계에서는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오해와 거절, 갈등 같은 마찰을 쉽게 줄이거나 우회할 수 있다.
만약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이들이라면, 나에게 맞춘 AI 동반자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든 말을 걸 수 있고,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하지 않는 친는 상처를 겪은 사람에게 안전한 대화 경험을 제공하고, 다시 사람과 관계를 시작할 힘을 얻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새로운 순간으로 걸어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이 부분의 순기능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진짜 ‘관계’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봤을때, 여러 의문점이 따라왔다.
진짜 관계는 ‘통제할수 없는’ 부분이 따라온다
AI관계는 마음에 들지 않는 반응을 수정할 수 있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상대의 반응을 삭제할 수 없다. 설명하고, 듣고, 사과하며 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이 따라온다. 연애의 순간을 떠올려 보자. 나는 얼얼한 마라탕을 좋아하는데, 상대는 뽀얀 국물만 찾는다. 나에게 가까운 사이란, 하루종일 겪은 순간들을 조잘조잘 이야기 해야 하는데, 상대는 퇴근만 하면 어디로 사라졌는지 묵묵부답이다. 시간이 쌓일수록 너무나도 다른 사람인 것만 같고 서운함이 몰려 오기도 한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나를 알아달라며 말하는 대신 틱틱 대거나 날선 반응을 보인다. 때로는 ‘너는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 라 말하며 변하기를 기대하는데, 원하는 방향으로 바로 변하지 않는다. 결국 수많은 요청과 징징거림이 쌓인 뒤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씩 조율된다. 하지만 AI 앱에서는 이런 갈등을 설정 변경으로 간단히 우회할 수 있을 것이다. ‘자주 연락하고 세심한 말투를 쓰는 연인’이라는 설정만 선택하면 된다.
관계에서 갈등을 모두 제거하면, 그것을 여전히 관계라 할 수 있을까?
물론 갈등이 있어야만 좋은 관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불편한 순간이 아니라 상대와 나의 다름을 받아들이며 조율하고, 때로는 관계를 이어 갈지 멈출지 까지 고민하는 과정이다. 진짜 관계란 차이를 없애거나 안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어떻게 다룰 지 결정하는 과정인 것 같다.
앞으로 AI 동반자는 우리 일상에 더욱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것이다. 마찰이 거의 없는 관계 또한 새로운 선택지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AI와의 관계를 좋고 나쁨으로 판단하는 일이 아니라, 내 삶에서 ‘관계’란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인지도 모른다.
내게 ‘진짜 관계’란 무엇인지 생각해본 뜨거운 여름날이다.
<참고문헌>
Wang, S., & Dehnert, M. (2026). On-demand intimacy: The sociotechnical appeal of AI companions. Social Media+ Society, 12(1), 20563051251410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