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나는 옥수수를 그닥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남편과 아이들은 옥수수를 몹시 좋아한다. 여름에 삼시 세끼를 옥수수만 먹어도 좋다고 한다. 혹시 옥수수 하나에 맺혀 있는 알갱이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남편은 바로 맞추고 말았다. 보통 700 ~ 800여 개라고 한다. 그렇다면 옥수수 알갱이가 어떻게 수정되는지 아는가라고 묻는다면 암만 옥수수 먹는 걸 좋아한다고 해도 이건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선 옥수수 작물은 같은 줄기에 암꽃과 수꽃이 각각 따로 피는 자웅동주 식물이다. 옥수수의 제일 꼭대기에 수꽃이 생기고 개의 꼬리를 닮아 ‘개꼬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암꽃은 잎겨드랑이에서 자라는 이삭에 달려있다. 암꽃의 수염이 길게 뻗어 나와 수꽃의 꽃가루를 받아 수정이 되면 옥수수 알이 만들어진다. 그럼 이때, 수꽃은 꽃가루를 어떻게 암꽃에게 전달할까?
아, 이 내용들은 오늘 수업 준비를 위해서 찾아본 것이다. 실은 나는 해남, 미세마을에 이사를 온 뒤 2주에 한 번, 2시간 동안 지적장애가 있는 중학생 아이들 6명과 만나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농부 언니들이 <미세자연마을학교>라는 이름으로 농가체험 학습을 열고 있어서 나도 얼떨결에 같이 돕게 되었다. 지적장애 아이들을 만난다는 것이 처음이라 긴장되고 부담감이 들었지만 웬걸 막상 아이들을 만나자 내가 그동안 지적장애라는 단어가 주는 편견에 사로잡혀 살고 있었구나 싶었다. 일반적으로 보는 아이들과 조금 다를 수는 있어도 아이들은 다 같은 아이들이었다.
중학교 1학년에서 3학년인 여자아이 둘과 네 명의 남자아이들의 지적장애 수준은 제각각 달랐다. 그러니까 각자가 안고 있는 어려움의 종류는 조금씩 달랐다. 그럼에도 이들은 일반 중학교에 다니는 특수반 학생들이라 일상생활의 큰 불편함은 없는 친구들이었다. 말이나 학습이 조금 더디고 느릴 뿐이지 서로 대화를 나눌 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학생이지만 천진난만한 초등학교 3~4학년 친구들을 만나는 느낌이었다. 단 한 명만 빼고.
미세마을에 찾아온 아이들과의 수업은 전반적으로 밭이나 자연에서 몸을 쓰며 교감을 하고 수확해온 작물로 먹을 것을 직접 만들어서 먹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내가 함께 합류하게 되면서 그림책과 예술 활동을 조금 가미하게 되었다. 거창한 활동은 아니라 그림책으로 마음을 열고, 작물을 그려보거나, 자연물로 놀아보거나, 관련 노래를 부르거나, 마음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수업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지, 매일 아이들이 주로 만나게 되는 학교 사람들, 가족 외의 지역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