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초식 동물 뉴뉴(30개월)는 동생(8개월)을 귀찮아한다. 동생이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뉴뉴가 느끼는 번거로움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을 테다. 조용히 책을 읽고 있을 때면 졸졸 따라와서 책을 덮어버리고, 블록으로 애써 만들어 놓은 제설차를 무너뜨리고, 가장 아끼는 소방타워의 부품 하나를 뜯어서는 치발기처럼 이로 가차없이 깨무는 동생이 뉴뉴는 반가울 리 없다. 뉴뉴에게 동생은 이제 ‘놀이 방해꾼’으로 자리잡고 말았다.
동생이 가까이 오는 순간, 뉴뉴는 놀던 장난감을 가지고 슬금슬금 물러난다. “엄마! 또미니가 장난감 망가뜨리려고 해요!”, “엄마! 또미니가 자동차 만져요!”하다가 내가 미처 응답을 못하면 직접 “만지지 마!” 하면서 동생의 손을 누르며 제지한다. 몇 차례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이 정도는 일상이 되었다. 형님도 서열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거니 하고 말았다.
저녁으로 삼계탕을 끓이려고 닭고기를 다듬고 있었다. 거실에서 뉴뉴는 평소처럼 “하지 마~ 오지 마~ 만지지 말라고~”라고 말하는 중이었다. 또미니가 또 형아를 졸졸 쫓아가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크게 뿌앙 하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예사롭지 않은 울음소리에 서둘러 아이들에게로 갔다. 뉴뉴는 좋아하는 플랩북을 펼치고 책장 앞에서 깜짝 놀란 상태였고, 또민이의 눈가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다. 뉴뉴가 할퀴고 말았다.
뉴뉴는 눈썹이 축 내려간 얼굴로 또민이 얼굴을 처연하게 보고 있었다. 아차 싶었다. 뉴뉴가 만지지 말라고 외칠 때 얼른 와서 둘을 떼어놓을걸, 너무 늦었구나 싶었다. 우는 또민이를 안아 들고 뉴뉴에게 “뉴뉴야. 또민이 얼굴에 피가 나.” 하자 뉴뉴가 슬픈 표정으로 “금방 나을 거야. 밴드 붙여줄게.”하고 말끝을 흐렸다.
아무리 화가 나고 불편해도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면 안 되는 거라고, 게다가 동생은 아직 스스로 피할 수도 없으니 더더욱 그러면 안 된다고 알려주었다. 동생은 아직 말을 못 알아들으니 불편하다면 뉴뉴가 다른 곳으로 피해 달라고 말이다. 이성적인 척 설명은 했지만 미안해하는 뉴뉴의 눈망울도, 또민이의 상처도 이래저래 속상했다. 또민이의 상처가 눈에 띌 때마다 저녁을 먹이면서 뉴뉴에게 몇 차례나 같은 이야기를 했는지 모른다. 뉴뉴는 닭고기 볶음밥을 오물거리며 “동생을 아낀다! 동생을! 사랑한다!”를 나와 함께 열 번도 넘게 외쳤다.
얼마 후 퇴근한 남편도 또민이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놀랐다. 서재실로 들어가 혼자 홈캠을 확인하고는 내게도 영상을 보냈다.
“뉴뉴가 안쓰러워.”
그제야 나도 홈캠을 돌려보니 뉴뉴는 거실 끝에서 서재실 입구까지 꽤 긴 시간동안 아끼는 책을 들고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책을 꽂아놓은 북카트로 동생과 자기 사이를 막기도 하고, 이쪽저쪽으로 피하다 결국 거실 귀퉁이에 몰렸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던 순간, 뉴뉴의 손이 날카롭게 허공을 저었다. 내가 서둘러 개입했다면 괜찮았을 텐데. 후회 막심한 순간이었다.
남편은 뉴뉴에게 동생이 자꾸 따라오면 아직 말을 못 알아듣고, 뉴뉴가 문을 닫을 수 있는 베이비룸 안으로 대피하라고 했다. 사실 동생을 위해 재설치한 안전 가드이지만, 뉴뉴에게는 뉴뉴를 위해 만들어 둔 것이라며 달랬다. 뉴뉴는 자기를 이해해주지 못한 엄마에 대한 서운함이 아빠의 조언에는 조금 풀렸는지 “나는 아빠를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아빠에게 폭 안겼다.
또민이의 눈가에는 여전히 빨간 상처가 남아있다. 눈가라 약도 함부로 못 바르고 지켜보는데 마음이 안 좋다. 아마 함께 있는 뉴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뉴뉴는 동생이 태어나고 동생을 한번도 ‘아기’라고 부른 적이 없었는데, 이 일이 있고 나서는 동생을 ‘아기’라고 부르고는 한다. 아빠가 동생을 안은 채로 위태롭게 다른 무거운 물건을 들려고 하면, 다급하게 달려와 아빠에게 잔소리를 한다.
“아빠, 아기 조심해요!”
* 글쓴이 - 보배
에세이 <우리의 심장이 함께 춤을 출 때>를 쓰고, 공저 프로젝트로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 <세상의 모든 청년>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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