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메뉴 하나 고를 때에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이에게, 사람을 키운다는 건 실로 너무나 큰 결정의 연속이다. 산부인과 병원이나 출산 방식같이 정말 큰 결정부터, 오늘 어린이집 하원 후에는 또 어디 가서 놀지 정하는 일까지. 우리 삶이 원래 그렇듯, 매일 선택에 선택을 거듭하며 육아하고 있다. 나 혼자에 관한 결정도 여전히 너무 어려운데, 새하얀 도화지 같은 아기에게 매 순간 내 선택에 따라 빨강, 파랑 색칠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참 부담스럽다.
유자가 태어나기 전, 육아서를 뒤적이며 막연하게나마 나름의 기준을 세워두었다. 자연에서 최대한 뛰놀게 하겠다, 건전지 장난감은 가급적 주지 않겠다, 너무 깔끔 부리지 않고 금지하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키우겠다, 스스로 사고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조금 심심하게 키우겠다, 등등. 육아 철학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거창하지만, 그래도 한 인간, 새로운 팀원을 잘 키워내고 싶은 마음으로 고민하며 정한 방향이었다.
그러나 역시 이론과 실전은 달랐다. 더우면 더운 대로 땀 흘리고 찝찝한 기분도 느껴보도록 놔두다가도, 땀띠처럼 등에 울긋불긋 뭔가가 올라오면 내가 잘못했나 싶어진다. 건전지 장난감은 수동적인 자극 같아서 피하고 싶었는데,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딱 5분만 혼자 놀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결국 꺼내게 된다. ‘안 돼. 하지 마.’ 최대한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두루마리 휴지를 끝없이 뽑아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참기가 쉽지 않다. ‘혼자 노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자란다더라’ 믿고 있다가도, ‘상호작용을 충분히 안 해주면 언어 발달이나 사회성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이 밀려온다. 자연물이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해서 장난감을 많이 들여놓지 않았는데, 자극이 부족해 심심해 보이는 것 같아서 결국 장난감 도서관으로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