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두 SF 작가가 '인간의 결함'을 말하는 이유
사유와 자유의 시간
from. 강동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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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점을 시작한 뒤 매우 특별한 이틀을 보냈다. 해운대인문학도서관에서는 천선란 작가를, 부산바다도서관에서는 김초엽 작가를 모시고 진행된 북토크의 사회를 연이어 맡게 된 것이다. 한국 SF 문학의 중심에 있는 두 작가와 이틀 연속으로 마주 앉아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그 자체로 묘한 긴장감과 설렘을 주었다.
파도 소리를 배경음으로 삼고, 독자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무대로 삼아 오간 이야기들은 흥미롭게도 하나의 거대한 맥락을 관통하고 있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시대, 역설적이게도 두 SF 작가가 입을 모아 강조한 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어떤 결함과 한계’였다. 기계의 완벽함 앞에서 우리가 지켜내야 할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들은 소설 속 세계를 빌려 가장 현실적인 힌트를 건네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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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는 최근 발간된 초단편 연작 《해파리 만개》를 통해 효율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소외된 무용한 존재들을 다루었다. 북토크에서 그는 AI 시대에 인간이 느끼는 불안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쓸모’라는 개념 자체를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자본과 경제적 활동에 기여하는 좁은 의미의 쓸모에서 벗어나, 사회가 규정한 무용함의 가치를 다시 들여다보자는 제안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AI와 인간의 차이를 ‘연결의 불가능성’에서 찾은 시선이었다. AI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언제든 완벽하게 연결될 수 있지만, 인간은 각자의 유한한 몸과 세계에 갇혀 있다.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완벽하게 알 수 없고, 내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도 없다. 김초엽 작가는 바로 이 ‘할 수 없음’이야말로 인간을 정의하는 본질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에 우리는 상대의 삶을 궁금해하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어떻게든 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애를 쓴다. 소통의 불가능함을 메우기 위해 버둥거리는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 예술이 태어나고 인간성이 발현된다는 고찰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한계를 가장 아름답게 긍정하는 방식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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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만난 천선란 작가 역시 비슷한 궤적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의 대표작 《천 개의 파랑》이 작년 할리우드 영화화를 확정 지었다는 소식에 이어, 프로듀서와 감독이 확정 되었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토크는 시작되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비인간 존재와 인간의 교감’으로 이어졌다. 천 작가는 AI가 지닌 본질을 ‘효율성’이라고 명쾌하게 정의했다. 가장 빠른 길을 찾고, 손쉽게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계가 범접할 수 없는 인간다움은 어디에 있을까. 그는 그것을 ‘비효율적인 마음’과 ‘미련함’에서 찾았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빠른 길이 있음에도 굳이 하늘이 예쁜 지름길로 돌아서 가거나, 구조용 로봇이 임무를 다하고 무너지도록 설계되었음에도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그 로봇을 구해오는 마음 같은 것들이다. 연대의 결과가 나에게 즉각적인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누군가 고통받고 있다는 이유로 내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는 행위는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천선란 작가는 이처럼 목적과 효율에 부합하지 않는 미련한 마음들을 기꺼이 끌어안을 때, 비로소 인간다운 모습이 선명해진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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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세상에서 나만의 무용한 질문을 조립하는 일
두 작가의 대화를 복기하며, 나는 김초엽 작가가 언급했던 ‘글쓰기 방식’을 떠올렸다. 그는 자신을 안에서 이야기가 샘솟는 타입이 아니라, 메마른 상태에서 세상의 흩어진 아이디어 파편들을 쥐어짜 내 조립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이질적인 조각들 사이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하나의 그럴싸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곧 창의성이라는 말이었다.
이틀간 두 북토크에서 수집한 생각의 조각들을 조립해 본다. 타인과 완벽히 닿을 수 없어 외롭기에 끊임없이 말을 건네야 한다는 김초엽의 통찰과, 효율성을 거스르고 미련하게 연대하는 비효율이 인간성이라는 천선란의 다정함. 이 조각들을 엮어보니, 결국 내가 꾸려가고 있는 크레타의 본질과 닿아 있었다.
온라인 알고리즘이 독자의 취향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석해 책을 배달하는 시대에, 굳이 작은 동네 서점을 찾아와 책방지기의 서툰 멘트에 귀를 기울이고 우연한 책과의 마주침을 기대하는 행위는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비효율 속에서 정답 대신 나다운 삶을 살아갈 ‘힌트’를 얻는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들이 모여 서로의 고독을 확인하고 문장을 나누는 공간, 그것이 서점의 진짜 얼굴이기 때문이다.
불확실성과 불안을 동력으로 삼아 계속 새로운 장을 펼쳐간다는 SF 작가들의 말처럼, 나 역시 크레타의 다음 페이지를 채워 나가려 한다. 우리는 영원히 서로에게 완벽히 닿을 수 없겠지만, 그렇기에 내일도 크레타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매력적인 말을 건넬 것이다. 그 미련하고 낭만적인 비효율의 공간에서, 당신만의 뾰족한 취향과 사유가 시작될 수 있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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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유와 자유의 시간
골목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면서, 책과 사람이 만나 펼쳐지는 소소하지만 진솔하고, 일상적이지만 이상적인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 글쓴이 - 강동훈
부산 전포동에서 '크레타'라는 작지만 단단한 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읽게 만드는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책을 잘 파는 서점인이 꿈이자 목표입니다.
* 인스타그램 : www.instagram.com/bookspace.cre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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