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운영하던 A씨는 상가 임대차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자 "이번엔 그냥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사 준비에 정신이 팔려 계약 만료 3주 전에야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 안 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임대인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만료 1개월 전까지는 아무 말도 없었잖아요. 너무 늦게 말씀하셨어요. 이미 묵시적으로 갱신되었으니 다음 임차인을 구해주지 않으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습니다."
A씨는 임대차 계약 만료일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묵시적 갱신이란
임대차 계약은 기본적으로 기간이 만료되면 종료된다. 그런데 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묵시적 갱신'이라는 장치를 두고 있다. 쉽게 말해,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데 아무도 "그만합시다"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계약 연장 거절의 의사표시를 언제까지 말해야 할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살펴보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만료일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10조 4항). 따라서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만료일 1개월 전까지 갱신거절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즉, 기존의 임대차계약 기간이 2년이었다면 2년이 더 연장되는 것이다.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 "임대인이 제1항의 기간 이내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변경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사례에서처럼 임차인이 임대차 만료일 1개월 전까지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전혀 하지 않다가 만료일 직전에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표시를 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을 자세히 살펴보면, 임대인의 갱신거절 통지기한만 정하고 있을 뿐 임차인이 갱신을 거절하는 통지 기한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2024년, 이 쟁점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임차인이 계약 만료 1개월 전부터 만료일 사이에 갱신거절 통지를 했더라도, 묵시적 갱신은 성립하지 않고 계약은 만료일에 그대로 종료된다는 것이다.
-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다307024 판결 상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1개월 전부터 만료일 사이에 갱신거절 통지를 한 경우, 묵시적 갱신이 인정되지 않고 임대차는 만료일에 종료된다.
대법원이 이렇게 판단한 이유는 간단하다. 법에 임차인의 통지 기한 제한이 없는 이상 원칙으로 돌아가야 하고, 갱신을 원하지 않는 임차인의 의사에 반하여 묵시적 갱신을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임차인 보호라는 상가임대차법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결국, 사례에서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 만료일 3주 전에 갱신 거절의 통지를 했다고 하더라도 임대차 계약기간은 원래의 만료일에 종료되고 임대인은 만료일이 되면 임차인으로부터 상가건물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보증금을 돌려주어야 한다.
만약 A씨가 상가가 아닌 주택 임차인이라면?
만약 A씨가 상가가 아닌 주택 임차인이었어도 동일한 결론일까?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관련 규정을 살펴보자.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1항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更新拒絶)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는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여야 하고 그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임대차계약이 갱신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임차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규정하여 주택 임차인도 동일하게 갱신을 원하지 않는다면, 만료 2개월 전까지 그 의사를 밝히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A씨가 주택 임차인으로서 만료 3주 전에 "계약 갱신 안 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면, 이미 기한을 넘긴 것이다. 따라서 계약은 자동으로 2년 더 연장된다(묵시적 갱신). 다만, 묵시적 갱신의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해지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하므로, 임대인이 해지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종료될 것이다.
결론: 이것만 기억하자
상가 임차인이라면
계약 만료 직전에 갱신거절 통지를 해도 만료일에 계약이 종료된다. 임대인이 "너무 늦게 말했으니 묵시적으로 갱신됐다"고 주장해도 법적으로 통하지 않는다. 다만, '통지가 실제로 도달했는지'를 두고 분쟁이 생길 수 있으니 내용증명이나 문자 등 도달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유 있게 통보하는 것이 좋다.
주택 임차인이라면
만료 2개월 전이 데드라인이다. 이 기한을 하루라도 넘기면 계약은 2년 자동 연장되고, 이후 나가려면 계약해지 통지일로부터 3개월을 더 기다려야 임대차계약을 종료시킬 수 있다. 이사 계획이 있다면 달력에 만료일 2개월 전 날짜를 미리 표시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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