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북토크에서 "작가님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나요."라는 질문을 들었다. 나는 그것이 참 어려운 질문이라 느꼈다. 삶에 온전히 만족한다는 건 쉽지 않다. 누구에게나 결핍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회에 나와서 돈 많이 버는 사람들 중에서 행복한 사람을 별로 본 적 없다. 그들은 늘 의뢰인 욕, 손님 욕, 거래처 욕, 상사 욕을 달고 살았다. 어느 부자 할아버지는 자녀들이 모두 사십대인데 결혼을 안했다면서 항상 근심이 가득했다.
자기 삶에 온전히 만족한다는 사람을 만나기란 참 쉽지 않다. 누구는 주식이 떨어져서 불만이고, 누구는 자녀가 뜻대로 되지 않아서, 살이 잘 안 빠져서, 부모님의 노후가 걱정되어서, 돈은 많은데 사랑은 없어서, 사랑은 있는데 돈은 없어서 삶에 불만족한다. 따지고 보면, 나도 다르지 않다. 내게도 결핍이 있고, 불만족이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내 삶에 '불만족하냐'라고 물으면, 또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다고 느낀다.
일단, "나는 내 삶에 불만족한다."라고 말해버리는 순간, 그것은 일종의 죄가 될 것 같다. 당장 중동에는 수만명이 학살당하는 나라가 있고, 하루 한 끼 먹는 걸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사랑을 갈구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사람도 있고, 평생 건강이 나빠 제대로 된 몸으로 세상을 거닐어보는 게 꿈인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름대로 가정도 꾸려가면서 삶을 성실히 나아갈 힘이 있는 내가 삶을 불만족해버린다고 해버리면, 일종의 욕심과 오만, 탐욕과 자만에 물든 인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반대로 "나는 내 삶에 만족한다."라고 단정지어 말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오히려 삶에 만족하려고 매일 노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삶의 많은 것들에 감사하려고 애쓴다, 라고 해야할 것이다. 아마 궁극적 만족이란 없을 것이다. 나는 계속 자만과 욕심 속에서 더 많은 걸 갈망할 것이다. 그렇지만, 어제보다 더 나아진 것들을 생각하며, 삶을 만족으로 받아들이는 여정을 평생 걸어가야 한다고 느낀다. 삶이란, 그런 여정 안에 있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건 참 멋진 것 같아." <빨강머리 앤>에 나오는 앤의 대사다. 그러니까 사실 해야할 말은, 살아있다는 것을 사랑한다는 말인 것 같다. 이 삶의 모든 만족과 불만족으로 얼룩진 여정을, 때론 기대하는 시간을, 기대만큼 이룬 일을, 기대만큼 이루지 못해 실망하는 일을, 그 모든 일들이 있는 삶을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 듯하다. 그러니까 나의 대답은 이렇게 될 듯하다. "만족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항상 삶을 사랑하려고 애쓰고 있는 중입니다."
* 글쓴이 - 정지우
작가 겸 문화평론가, 변호사. 20대 때 <청춘인문학>을 쓴 것을 시작으로,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 <그럼에도 육아>, <ai, 글쓰기, 저작권> 등 여러 권의 책을 써왔다. 최근에는 저작권 분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20여년 간 매일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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