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날이 왔다. 아이의 첫 어린이집 등원일. 사실 나는 원래 두 돌까지 가정 보육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점점 더 에너지가 차오르는 아기와, 나날이 떨어지는 내 체력을 보고 있자니, 어린이집은 우리 모두에게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할 수 있을 때 아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너무 함께 있고 싶은데 또 너무 함께 있으면 힘든, 그런 참 어려운 관계다. 아무튼 그래서 고민 끝에 우리는 시간제 보육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원하는 시간만큼 신청해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제도인데, 우리는 월수금 오전 시간에 유자를 보내기로 했다. 공동육아 모임의 아기들이 모두 어린이집에 갈 예정이라 이제 함께 놀 친구들이 없어진다는 점도, 또 내가 조금씩 일을 다시 시작할지 모르는 상황이 된 것도 이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듯 우중충한 2월의 아침, 우리는 시간에 맞춰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보다 설렘과 호기심이 더 컸던지, 유자는 인사하고 나가는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고 새 장난감에 몰두했다. 묘한 기분으로 어린이집을 나서자마자 거짓말처럼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처음 와 본 동네 골목에 서서 어디로 갈지 근처 지도를 검색했다.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연 카페는 없었고, 첫날이라고 딱 한 시간만 맡긴 터라 어디 멀리 가기도 애매했다. 그러던 중 길 건너 아파트 상가에 걸린 무인카페 간판이 눈에 띄었다. 점점 더 굵어지는 눈을 피해 얼른 무인카페로 달려 들어갔다.
어린이집 덕분에 처음 가 본 무인카페라는 곳은 깔끔했다. 커다랗고 세련된 커피 기계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2,500원짜리 따뜻한 카페라테가 만들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바람 따라 휘날리는 창밖의 눈발처럼 휘몰아치는 나의 이 낯선 기분을 이해해 보려 했다. 일단 커피를 한 모금 삼킨 후 짝꿍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도 유자의 첫 등원이 어땠을지 궁금해하고 있을 터였다. 구구절절 아침의 상황을 설명하고, 이어서 내 복잡한 기분에 대해 말하는데,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아기가 잘 떨어져 줘서 기특한데, 너무 의연했던 그 모습이 은근히 서운하고, 아직 너무 어린 아기를 떼어놓은 것 같은 미안함에 울컥하는데, 그래도 나를 찾는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잘 놀고 있는 것 같은 안도감이 한데 뒤섞여 흘러나온 것이었다. 그렇게 눈 내리는 월요일 아침 9시에 무인카페 창가에 앉아서 사연 있는 여자처럼 휴대전화를 붙잡고 훌쩍이고 있는데, 수화기 너머 짝꿍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자기야, 정신 차려! 이제 30분도 안 남았다고! 빨리 마음껏 즐겨!!”
통화 좀 하고 메모 좀 끄적였을 뿐인데, 아직 커피 한 잔을 다 비우지도 못했는데, 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까보다 더 거세진 눈발을 헤치며 몸도 마음도 축축하게 어린이집으로 돌아갔다. 울지 않고 잘 놀았다는 유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또 한 번 눈가가 촉촉해졌다. 참 대견하고, 고맙고, 뭉클했다. 둘째 날 아침에도 유자는 나와 무사히 헤어지고 등원했다. 어째 똑같은 한 시간이 이번에는 더 빨리 흘러가는 것 같았다. 등원 셋째 날, 드디어 유자가 어린이집 문 앞에 도착해서 울었다. 하지만 내가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울음소리는 서운하리만치 뚝 그쳤다. 그날부로 유자는 완벽 적응을 했다.
그렇게 한 시간부터 점차 늘려서 세 시간씩 떨어져 있게 된 지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이제 유자는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얼른 차에서 내려달라고 발을 동동 구르고, 하원 때는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 미련이 남았는지 자꾸 뒤돌아보며 나온다. 아주 가끔 울먹이는 표정으로 등원할 때도 있지만, 그러다 선생님 얼굴을 보면 이내 방긋 웃으며 따라 들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놓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