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탈리아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3F'에 깊이 공감한다. 바로 '가족', '친구', 그리고 '음식'이다. 이 세 가지가 잘 유지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인생은 계속된다."_찰스 핸디, <아흔에 바라본 삶> 중
이탈리아인은 인생에서 3F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3F란, 가족(FAMILY), 친구(FRIEND), 음식(FOOD)이다. 이탈리아인은 일생동안 가족이랑 친구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맛있는 요리를 하고 즐겁게 나누어 먹는 걸 소중히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서, 그와 반대되는 3W가 생각이 났다.
내가 떠올린 3W는 일(WORK), 부(WEALTH), 경쟁(WINNING)이다. 물론, 이 세 가지가 무작정 나쁘다는 건 아니고, 이 세 가지에 강박적이 될수록 가족, 친구, 요리는 사라지는 게 아닐까 싶다.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일과 커리어의 성장과 성공이 너무 중요한 나머지, 가족이나 친구와의 시간은 등한시하거나 덜 중요한 것으로 여기기가 쉽다. 요리 같은 건 더욱 할 시간이 없다. 대충 떼우거나 시켜 먹고,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
우리 시대는 가히 '부'에 대한 관심도 어마어마하다. 책에도 일단 '부'나 '돈'이 들어가야 잘 팔린다. 심지어 내 책 중에서도 돈 버는 것과 별 관련 없는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가 잘 팔린 편에 속한다. 돈은 그 자체로 선악의 개념이 없고, 삶에서는 적절한 만큼의 돈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돈에 강박적이 될수록 삶에서의 여러 마음을 잃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돈, 돈, 하다 보면 사랑도 의미 없어 보이고, 우정도 다 돈으로 환원되고, 맛있는 음식도 돈으로만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요즘 내가 이 3F가 유독 와 닿은 순간들이 있다. 아이의 친구들이나 사촌을 집에 초대하여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준 순간들이다. 요 며칠 봄방학을 맞이해서인지, 아이들이 거의 연달아 왔는데, 매번 밥을 먹여 보내는 게 취미라면 취미였다. 얼마 전에는, 봄맞이로 달래를 사서 아이랑 함께 손질하고, 달래장과 함께 달래전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이렇게 함께 요리하며 보내는 시간들은, 내 커리어 쌓는 시간을 뺏고, 나의 자산 상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 어떤 경쟁에서 나를 승리로 이끌지 않는다. 그냥 그러면서 존재하는 시간일 뿐이다.
물론, 인생을 무한한 경쟁과 승리의 여정으로 놓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꼭 이탈리아인들의 의견을 인생에 참고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평생 남들과 자산 비교하며 우월감, 열등감, 안도감에 전전긍긍하고, 경쟁에 온 신경을 쏟으며 살아가며, 아이까지 그런 승리감의 수단으로 삼는 삶이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낄 뿐이다. 나는 그보다 함께 요리하며 음식을 나누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삶을 더 선호한다. 내 삶이 어떤 면에서 비교 경쟁에 뒤처지더라도, 그런 시간으로 더 많이 채워졌으면 좋겠다.
삶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느냐가 그 삶을 결정한다고 느낀다. 나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매번 기억하려 애쓴다. 그러다 보면, 삶에서 해야할 게 남들을 부러워하거나 시기질투하는 게 아니라, 내 삶이 얼마나 내가 중요시 여기는 것들로 채워져 있는지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느낀다. 남들이 우러러 보더라도, 내가 중요시 여기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 삶은 잘못된 것이다. 반대로, 남들이 어떻게 바라보든, 내가 가치 있다고 믿는 것들로 내 삶을 채우고 있다면, 나는 내게 어울리는, 온당하고 작은 삶 하나를 그저 잘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 글쓴이 - 정지우
작가 겸 문화평론가, 변호사. 20대 때 <청춘인문학>을 쓴 것을 시작으로,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 <그럼에도 육아>, <ai, 글쓰기, 저작권> 등 여러 권의 책을 써왔다. 최근에는 저작권 분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20여년 간 매일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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