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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다. 크리스마스 날, 지금 이곳은 눈이 내리고 있다. 겨울에 눈 구경하기 어려운 남쪽 지방에 살고 있다 보니 이렇게 실제로 눈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점점 세게 부는 바람에 눈송이들이 마구 휘감겨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작고 가벼운 몸짓으로 어느새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드는 걸 보면서 그동안 일상을 살아내느라 분주했던 시간들이 순간 멈춘 것 같았다.
8살, 10살 된 아이들에게 우리는 언제까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서 줘야 할까 고민하다가 올해는 24일과 25일을 아예 겨울 여행 일정으로 집어넣었다. 올해 초 경북에서 경남으로 이사 오면서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왔으니 이참에 남부지역을 집중적으로 여행해 보자고 이야기 나누곤 했었다. 남편과 아이 둘을 데리고 땅끝 마을, 해남에 살고 있는 친구 집으로 놀러 갔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가 해남까지 온 줄 모르기 때문에 아마도 선물은 못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은 아쉬운 눈치다. 첫째 아이는 ‘어쩌면 집에 돌아가면 선물이 도착해 있을지도 몰라.’ 하고 희망을 품기도 했고, 둘째 아이는 ‘이번에는 엄마 말을 잘 안 들어서 선물 못 받을 것 같아.’ 하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글쎄... 올해는 어떨까.
이곳은 돌집이다. 스콧니어링 부부처럼 자연 속에서 청빈한 삶을 살면서 20년간 돌을 하나하나 올려지었다고 한다. 신비한 집이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나무로 된 작은 문이 계속 나온다. 계속해서 나오는 문으로 방이 이어서 나오고 부엌이 나오고 마루가 나오고 올라가면 서재가 나오고 또 방이 나오고 내려가면 저장고가 나온다. 개미집 같기도 하다. 평생 책을 읽고 매일 쉬지 않고 일하는 부부의 손길로 가득한 집이다. 재미난데 어쩐지 눈물이 핑 돈다.
그분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정말로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진리를 따르는, 생태적 삶을 꾸준히 이어온 것일 뿐인데 이들의 삶은 풍족하고 너른 행복이 스며있었다. 현존하는 마법사, 마녀를 만나 인생의 배움을 얻어 가는 자리 같았다. 매일 진리의 삶을 일궈나가는 것, 시간의주인이 되어 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반복되는 수련의 시간들이 오늘을 살게 하는 것 같았다. 이 거대한 돌집을 짓기전에 몇 번의 연습 과정이 되어 준 다른 집들을 거쳐왔다고 한다. 산으로 바위를 굴려 올리는, 말도 안되는 고생을 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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