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북토크에서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며 스스로 분석한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그는 글을 잘 쓸때 까지 10년이나 걸렸는데, 모임에 참여한 이들은 길어야 3개월 만에 글이 완전히 달라져 흥미로웠다 했다. 이유를 살펴보니, 첫번째는 ‘나의 글을 열심히 읽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잘 써야 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 두번째는 ‘한 번만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라는 규칙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첫번째 이유가 와닿았다. 모임은 늘 평일 밤에 열렸는데,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벽까지 눈이 빨개지도록 내 글을 읽어주는 이들이 있어 대충 할 순 없었다. 마감 직전까지 고치고 또 고쳤다. 때로는 내가 신청 했는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누군가 나의 삶 어느 부분을 진심 어리게 바라보고, 위로까지 건네 주는데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또한, 정지우 작가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북토크에서도 언급했는데 함께 글을 쓴 사람의 모든 이름과 글을 기억한다는 것이었다. 책 본문에는 “어느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서 빛나는 별빛 조각을 보고 나면, 그 마음의 이름은 잊을 수 없다.”고 쓰여 있는데, 누군가 나의 울고 웃던 일상이 담긴 글을 반짝거린다고 말해 주는 모임에 머무른다는 건 정말 독특한 경험이었다. 돌이켜 보면 설레던 순간이다.
덧붙여 작가는 글쓰기 모임이 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일상을 살다 보면 수많은 매체와 정보를 접하긴 하지만, 삶의 순간에 멈춰 나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 하지만, 글쓰기 모임에 들어선 순간 의무적으로 ‘나’를 세밀하게 바라보게 된다. 그 경험 부터 의미 있는 것 같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래서 모임을 단순히 ‘좋다’라 말하는 걸 넘어 책으로 엮어낸게 아닐까 싶다.
글쓰기 모임은 약 3개월에서 끝나지 않는다. 작가는 모임 이후 글을 쓰지 않는 이들이 안타까워 매년 온라인 상에서 ‘AS 모임’을 열어 글쓰기를 독려하고, 뉴스레터를 발행하거나, 공저 프로젝트도 기획해 역대 모임원을 초대했다. ‘글’이라는 매개체로 점이 아니라 선으로 연결된 덕분일까, 모임 참여 전후로 크든 작든 조금은 달라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책 뒤편에 실린 후기와 그날 모인 이들의 목소리가 그 증거인 것 같다.
북토크의 중반을 넘어서자, 작가는 참석자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말해보라 했다. 곧 누군가 손을 번쩍 들었고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라며 입을 열었다. 업무 회고를 글쓰기 모임처럼 운영해 직업적 도움을 받기도, 최근엔 글쓰기 모임을 운영해 소소하게 돈을 버는 경험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작가가 되고, 모임을 통해 배운 글로 결혼 이유서를 쓰기도 했다. 나 역시 모임 이후 달라진 점을 나누었다. 5년전 글쓰기 모임 이후 함께 글을 쓰던 이들과 소모임을 만들어 한달에 한번씩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벌써 30회차를 훌쩍 넘긴 모임에서는 각자 글 한 편씩 들고 와 ‘정지우 작가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며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글로 다가오는 타인의 삶 단면을 마주하며 함께 울고 웃는다. 내겐 손꼽아 기다리는 소중한 시간이다.
또한 이곳 『세상의 모든 문화』 필진으로 참여하게 된 것도 내게 다가온 변화다. 만약 지금 당신이 홀로 글을 쓰고 있거나 함께 쓰는 것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잠시 펼쳐보길 권한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다정한 모임의 세계에 잠시 머무르는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나의 문장이 누군가에게 닿아 반짝이는 별이 되는 순간을 마주하는 일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경이로운 경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