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나 단체에서 부정행위를 목격했다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런데 증거 자료에 다른 사람의 이름, 주소, 계좌번호 같은 민감한 정보가 그대로 들어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 대법원 판례를 통해 고소·고발 과정에서 타인의 개인정보를 제출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되는지 알아보자.
농업협동조합에서 경제상무로 일하다 퇴사한 A씨는 조합장 B씨가 법을 어겼다고 생각해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런데 고발장에는 CCTV 영상, 거래내역, 주소, 입금증 등 여러 사람의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가 포함되어 있었다.
A씨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일까?
개인정보보호법 이해하기
- 개인정보란?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의미한다. 이름, 주민등록번호처럼 직접 식별이 가능한 정보뿐 아니라,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도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례에서 A씨가 제출한 CCTV 영상, 주소, 거래내역 등은 모두 개인정보 보호법이 보호하는 대상이다.
- 개인정보 누설금지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71조(벌칙)는 위 규정을 위반하면 최대 5년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소장에 타인의 개인정보를 기재하여 경찰서에 제출하는 것도 개인정보보호법이 금지하는 개인정보 누설행위에 해당할까?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고소장에 업무상 알게 된 타인의 개인정보를 첨부하여 제출한 행위도 개인정보 ‘누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18도1966 판결
-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가 금지하는 누설행위의 주체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이고, 그 대상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로 제한되므로, 수사기관에 대한 모든 개인정보 제공이 금지되는 것도 아닌 점 및 개인정보 보호법의 제정 취지 등을 감안하면,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누설’에 관한 위의 법리는 개인정보 보호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고소장에 기재하여 경찰서에 제출하는 것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며, 사례에서 A씨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조금 더 깊이
하지만 고소장에 개인정보를 기재하여 제출하는 모든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위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 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고 있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였다.
즉, 고소·고발 과정에서 권리 보호나 범죄 입증을 위해 부득이하게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개인정보를 제출한 것이라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를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충족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필요성과 범위, 익명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CHECKLIST – 신고 전 꼭 확인하기
- 개인정보 포함 여부 확인
이름·주민번호·연락처 등 식별 가능한 정보가 그대로 있는지 살펴볼 것
- 정보 최소화
범죄 입증에 필수적인 부분만 첨부하고, 불필요한 개인정보는 제외할 것
- 법률 자문 고려
불가피하게 개인정보가 들어간 자료를 제출해야 할 때는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퇴사 후에도 책임
업무 중 알게 된 개인정보는 퇴사 후 파기하거나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것
결론
“공익을 위해서니까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고소장에 타인의 개인정보를 첨부하면 오히려 자신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고소 과정에서도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할 때는 증거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신중하게 다루고 익명화하는 것이 법적 책임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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