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물리학은 아주 많은 입자를 다룬다. 입자 하나하나를 따라다니기보다는 통계적인 방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통계’물리학이라고 부른다. 입자들이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집단적인 특성이 달라진다. 얼음과 물은 동일한 물 분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서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따라 물의 상태가 달라진다. 액체 상태에서 물 분자는 서로를 구속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움직인다. 하지만 고체 상태에서는 손에 손잡고 육각 구조를 만들어내 단단하게 고정된다. 이렇게 상호작용에 따라 집단적인 특성이 달라지는 상태변화는 통계물리학의 대표적인 연구 주제이다.
물질세계에만 관심을 가지던 통계물리학자들은 상태변화가 날아다니는 새들의 무리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 옆에 있는 새가 어떻게 날아다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면, 새들은 무리 지어 날지 않을 테다. 하지만 철새는 무리 지어 날아다닌다. 무리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알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주위의 6~7마리의 새를 따라가기만 해도 마치 하나의 덩어리처럼 움직인다. 새들의 움직임도 상태변화로 생각할 수 있다. 새들이 서로를 신경 쓰지 않아 제각기 날아다니는 상태에서, 서로 신경 쓰며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상태로의 변화이다.
사람도 비슷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서로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면, 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 생각대로 살아간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생각을 주고받는다. 그러다 보면 짜장면을 좋아하던 사람이 짬뽕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고, 아이폰을 쓰던 사람이 갤럭시를 쓰게 될 수도 있다. 친구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좋아하게 되기도 한다. 사람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또 그러한 영향이 거시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이 변하기도 하고, 투표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 통계물리학이라는 렌즈로 보면 이러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주제들이 모두 물리학의 주제가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물리학을 어렵게 느낀다. 사람마다 어려운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크게는 수학이 만들어내는 마음의 장벽이 있겠다. 하지만 물리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여러 이유를 걷어내고 본다면, 여타 학문이 그러하듯이 물리학도 세상을 이해하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 자신과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하는 것은 아이에서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가진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리학, 그중에서도 통계물리학이라는 분야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나의 일상과 연결 지어 소개하려고 한다. 과학이 멀게만 느껴졌던 사람이라면 조금은 과학을 친숙하게 느끼기를 바라며, 물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물리학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물리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하나씩 소개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