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로 N억 벌기
- 소설과 웹소설
네이버에 ‘소설 1억’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해 보았다. 검색되는 말은 대개 이렇다.
1억 분의 하나의 소설,
1억 명을 열광하게 한 초대박 원작 소설 영화,
미국에서 1억 8천만 뷰나 팔린 소설,
장편 소설 공모 상금 1억 원…….
1억이 돈만이 아니라 시간, 사람 수, 뷰 등의 다양한 말 앞에 붙는다. 이제 ‘웹소설 1억’이라고 다시 검색어를 입력해 보았다.
웹소설 작가 희망편 나도 1억 벌 수 있을까,
1억 매출을 올린 웹소설 작가,
웹소설 작가 연봉은 정말 1억일까,
1억 웹소 클럽, 부업으로 연봉 1억? 웹소설 작가 해볼까…….
대부분 1억은 돈의 액수, 그중에서도 웹소설 작가의 연봉이나 매출 등으로 나왔다. 물론 ‘소설’도 돈이나 유명한 정도 등으로 평가가 되기도 하지만 적어도 ‘소설 작가’는 ‘n억 버는 작가’와 바로 매칭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웹소설 작가’는 달랐다. 검색되는 내용도 대개 사람들이 웹소설 작가를 선택할 때에 수익을 중요한 기준으로 선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각종 웹소설 책이나 강의, 웹소설 쓰기를 주제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글이나 동영상 등에서도, ‘n억’이라는 말은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n억이 쓰이는 것은 책이나 강의 등이 독자나 수강생을 n억 연봉으로 만들어 줄 수 있어서이거나, 혹은 책의 저자나 강사가 n억을 버는 사람이어서이기 때문이다. 역시 이런 제목으로 사람을 끌어야 웹소설 예비 작가들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웹소설 작가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이유가 ‘돈’에 치중되어 있다는 것을 드러내어 준다.
웹소설 작가의 입장에서도 수익은 중요하다. 웹소설 작가들의 세계에서는 얼마나 버는지에 따라 작가의 등급이 나뉘고, 이것에 따라 출판사나 작품을 출간하는 플랫폼의 대우가 달라지기에 매출이나 수익은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다. 내가 웹소설로 얼마나 버는지는, 웹소설 작가로서의 ‘성적표’가 되는 셈이다.
- 내가 웹소설 작가로 사는 이유
지금까지 이야기가 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웹소설 작가의 삶의 목적은 오로지 돈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웹소설 작가이면서 돈을 벌지 못 하는 사람이다. 바로 내 이야기다. 내가 만약 대단한 수익을 바라는 작가였다면 진작에 이 직업은 때려쳤을 것이다. 웹소설을 쓴지 8년이나 되었는데도 수익이 이 모양인 것을 보면 앞으로의 수익도 빤하기 때문이다. 새 계약을 할 때마다 나 같은 작가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출판사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런데 나는 그닥 불행하지 않다. 물론 생계를 책임지는 상황이었다면 스트레스는 좀 받았겠지만 그렇다고 이 직업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사는 것이 즐겁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은 돈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캐릭터로, 내가 만든 세상에서, 그들이 마음껏 놀도록 두는 것은 상당히 매력이 있는 일이다. 마치 어릴 때에 하던 ‘인형 놀이’의 성인 버전처럼, 내가 표현하고 싶은 캐릭터를 특정한 상황 속에 집어넣어 내 마음대로 요리를 해내는 재미가 있다.
얼마 전에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엮었다. 억울하고 분하고 잠도 안 왔다.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해도 마음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 무렵, 기존에 작업했던 출판사에서 새 작품을 계약하자고 메일이 왔다. 초반만 쓰고 둔 원고 여러 개를 찾아서 그중 한 원고를 이어서 쓰기 시작했다. 저절로 작품에 나를 힘들게 한 그 사람이 등장했다. 물론 이름과 나이, 직업, 그 외 모든 것이 달라졌으나 그 사람의 성격이나 어떤 특정적인 행동은 소설에 가져와서 내 나름의 매력적인 ‘악역’을 탄생시켰다. 나의 상처로 창작의 물꼬를 트게 된 것이었다.
소설을 쓰다가 있는 줄도 몰랐던 깊은 상처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에게는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에서 온 트라우마가 있다. 평소에는 잘 몰랐던 그 트라우마를, 글을 쓰다가 등장인물을 통해 발견했다. 나도 모르게 내 트라우마를 등장인물에게 씌워서 그가 내 대리인 역할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부모와의 갈등을 겪으며 주인공은 때로 울기도 하고 부모 앞에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속시원한 소리를 내뱉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상처를 준 부모에게 내가 하고 싶었던 말과 행동이었다. 꼭 심리 치료의 한 방법인 연극 치료처럼, 내 이야기 속에서 상처 받은 나를 끌어와 마음껏 표현하게 만드는 셈이다. 거기에서 끝이 아니다. 그런 글에는 거의 매번 장문의 댓글이 달리는데, 비슷한 경험을 한 독자의 내밀한 고백이 담긴 그 댓글을 읽으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것에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웹소설은 ‘사람’과 ‘인생’ 등을 다루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 그 복잡다단한 삶과 사람의 성격, 또 갈등 같은 면들을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웹소설을 쓰다 보면, 삶에 대해 더 사색하게 되고 때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서도 스스로 점검을 하게 된다. 결국 웹소설을 쓰는 것은, 내가 삶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 당신이 꿈꾸는 이야기를 완결하는 법
웹소설 작가를 무조건 돈만 버는 작가, 또 얼마를 벌어야 의미가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웹소설 작가는 돈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수익에 따라 작가의 등급이 매겨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른 여타의 직업이 그렇듯이 웹소설 작가 역시 돈 외에도, 작품 창작을 통해서 얻는 다른 것이 있다. 그것은 단순히 ‘n억’으로 설명될 수가 없다. 그러므로 ‘n억 버는 웹소설 작가’를 무조건 ‘좋은 작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쉽다. 그러면 웹소설을 쓰는 가치가 오로지 n억에 귀속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작가 중에서도 적지 않은 수의 작가들이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위해서 돈 많이 버는 길을 포기하고 있다. A스토리를 쓰면 잘 되리라는 것이 명백한 데도, 굳이 자신이 쓰고 싶은 B스토리를 쓰는 것이다. 어떤 작가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자신이 생각해도 이런 이야기를 환영하는 출판사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결국은 길을 찾아서 그 작품을 쓰고 출간했다. 또 어떤 작가는 C라는 장르에 D라는 소재가 불호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소재를 너무도 좋아하여 매출이 반토막 나는 것을 감수하고 기어이 D를 써냈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그만큼 작가들 사이에서는 많고 흔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 얼마를 벌든지, 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완결까지 달릴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웹소설 강좌나 책의 이름도 이렇게 바뀌면 어떨까? ‘당신이 꿈꾸는 이야기를 완결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립니다.’ ‘웹소설 쓰기를 통해서 나 자신과 소통하는 법’ ‘돈은 잘 못 벌 수도 있지만 재미는 있는 웹소설 쓰기’. 웹소설 작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어떤 돈 잘 버는 트랜드나 공식을 배우기보다, 웹소설 창작 자체의 재미를 먼저 찾아 나갔으면 좋겠다. 그것이 이 길을 오래 가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글쓴이 - 김지영
한때 교직에 몸을 담았다가 그만 두고, 아이를 키우면서 웹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때로 인기 있는 글들을 보며 질투도 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재미를 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며 늘 습작생의 기분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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