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출산 후 겁도 없이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았다. 조리원에 가지 않은 이유는 낯선 환경에 있을 생각을 하니 지칠 것 같도 했고, 남편이 상주해 있기 어려운 환경인 점, 그리고 갓 태어난 아이와 24시간 모자동실을 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워서였다. 24시간 아이와 붙어 있으려면 답답한 조리원보다야 집이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첫째 아이를 출산하기 전에 삐뽀삐뽀TV 정유미 채널의 유튜브 영상을 즐겨 봤는데, 나의 경우에는 “이제 막 태어난 아기의 평생이기도 한 시간을 엄마와 떨어져서 지내야 하는 신생아”라는 의사 선생님의 메시지가 충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생후 24시간이면 신생아에게는 평생인 그 시간을 따뜻한 엄마 품이 아닌, 캄캄한 자궁과는 다르게 하얗게 조명이 비치는 낯선 공간에서 보내야 한다는 말이 나를 ‘집 조리’의 세계로 이끌었다.
일반 자연분만이나 제왕절개와는 다른 자연주의 출산 방식을 선택한 나로서는 어쩐지 자연주의 출산을 해놓고 조리원에 가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로 자연주의 출산을 한 산모들 중에는 집에서 몸조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그런데, 과연 첫째를 돌보면서 집에서 몸 조리하는 게 가능할까?
첫째 아이의 조리 기간 동안에는 산후관리사님이 계시지 않는 주말만 되면 조리원에 갔었어야 했다며 남편과 다투기도 했다. 급락한 호르몬에 밤샘 수유로 지친 몸, 출산 후 제대로 앉기도 어려울 정도로 몸도 성치 않았다. 높은 피로도에 모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니 다툼이 잦아지기는 했지만, 남편과 나는 둘째 출산 후 몸조리에 대해 상의하면서 모두 집에서 조리하자고 입을 모았다.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이라는 말과 망설임의 시간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갓난아기의 얼굴, 수유하려고 가슴을 만지면 아기새처럼 입을 벙긋거리다 첫 웃음을 짓는 순간, 솜털처럼 자라나는 눈썹들, 하늘색 스와들업(속싸개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퍼가 달린 옷)을 입고 파닥거리며 아빠와 슈퍼맨 놀이를 했던 순간들. 힘들기는 했어도 조리원에 갔다면 경험할 수 없었던 수많은 소중한 기억이 우리에게 남았다. 생애 마지막이 되어 인생 중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면, 나는 아마도 이 갓난아기의 무구한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돌이켜보면 첫째 아이가 아빠와 진한 애착이 형성된 것도 이때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대신, 이번에는 지난번에 겪었던 어려움들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고자 마음먹었다. 첫째 출산 땐 두려운 마음에 다른 사람들의 방문을 한사코 사양했지만, 이번엔 도움을 받는 데에 있어서 무조건 열린 마음을 갖기로 했다. 산후관리사 서비스는 가능한 오래 이용하고, 번아웃이 오기 전에 양가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기로 말이다. 영양제도 더 야무지게 챙겨 먹고, 집에서 받는 출장 마사지 횟수도 늘렸다.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자기 전에 감사 일기를 쓰겠다며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했다.
이제 둘째 출산 40일 차,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을 돌이켜 보면, 첫째 때보다 몸도 마음도 훨씬 덜 힘들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마음이 잘 맞는 산후 관리사님이 오셨고, 첫째 때만큼 출산이 오래 걸리거나 힘들지 않았다. 덕분에 육아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체력이 남아 있었고, 자연스럽게 남편과 나도 서로를 더 배려할 수 있었다.
출산 후 집에서 몸조리를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이야기가 작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조심스럽게 한 번쯤 해볼 만한 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고소한 신생아 냄새를 한껏 맡을 수 있는 유일한 시기, 가장 힘들었지만 동시에 잊을 수 없었던 깊고 진한 순간들. 가족이 온전히 서로에게만 집중하며 다 함께 힘껏 적응해 가는 날들이 이때가 아니면 언제 있을까 싶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상황이 다른 만큼 모든 선택이 최선이다. 다만 집 조리를 고민하는 이유가 단순히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라면, 집 조리도 할 만하다고 용기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 어느 공간보다 편안한 우리 집에서 세상과 분리되어 온전히 우리 가족끼리 살결 비비고, 따뜻한 온기를 나누며 쉬었던 게 내게는 무엇보다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