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는 전업이 가능할까?
정지우 작가의 신간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을 읽고 있다. 글쓰기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답을 담고 있는 이 책의 첫 번째 챕터에는 바로 ‘전업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보통은, ‘작가’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늘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실제 작가 중에서 전업 작가의 비율은 많지 않으며 정지우 작가의 주변에도 전업 작가는 없다고 했다. 대부분 학위를 받고 강의를 하거나, 정지우 작가처럼 다른 직업과 병행하거나, 생업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웹소설 작가는 어떠한가?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은 웹소설 작가는 논외로 다루고 있어서, 이곳을 빌어 한 번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웹소설 작가는 그래도 전업 작가가 없지는 않다. 내 주변 작가들도 대부분 전업을 하고 있고, 웹소설 작가 커뮤니티를 봐도 전업 작가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나도 지금은 수익이 줄어 그러지 못하고 있지만, 한때 전업 작가 생활을 했었다. 웹소설 작가를 하면 어느 광고 문구처럼 몇 개월 만에 억을 벌 수는 없다고 해도, 몇 년 쓰다 보면 보통의 월급쟁이만큼 벌 수 있다. 다만 함정이 있다면 꾸준히 벌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장 큰 수익이 나는 때는 출간하고 나서 2-3개월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수익이 쭉쭉 떨어져서 1년이 지나면 대부분의 작품이 첫 출간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작아진다. 어떤 작품은 겨우 커피값, 치킨값 정도가 나오기도 한다. 웹소설 특성상 새로운 작품은 계속 나오고, 아주 유명한 작품이 아닌 이상 사람들은 과거의 작품을 찾아보지 않기에 작가들은 쉬지 않고 새 작품을 출간해야 한다. 현대 로맨스의 경우에는 한 화에 4000자, 80화가 한 작품이라고 보았을 때 1년에 2-3 작품은 꾸준히 내야 그나마 안정적인 전업이 가능해진다.
그러니 전업으로 살기 위해서는 꾸준히 써야 한다. 장르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보통 하루에 5000자에서 10000자 정도를 매일 써야 한다고 한다. 나 역시 한창 전업으로 지낼 때는 그렇게 작품을 썼었다. 그런데 글을 타자만 빨리 쓴다고 해서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작품도 꾸준히 읽고, 자료 조사도 하고 타장르의 유명작 등으로 독자 트렌드도 파악해야 한다. 무엇보다 독자적인 스토리를 구상하고 전개하려면 하루 24시간 내내 작품 생각만 해도 부족하다.
전업 작가로 살면 행복할까?
그러면 과연 이렇게 전업 작가로 살면 행복할까? 하루에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내다 보면 자연히 디스크, 척추측만증 등등의 질병에 시달린다. 자주 출간을 하지 않으면 돈도 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지도가 낮아져서 계약하기가 더 힘들어지므로,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작가는 쉼도 함부로 선택할 수 없다. 사람도 마음대로 만나기 힘들고 마감이 코앞이면 밖에 나다니기도 어렵다. 시간이 없어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면 당장은 편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 건강도 급속도로 안 좋아진다.
하지만 작가로 힘든 것은 단순히 구상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그렇게 써도 글이 잘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나보다 늦게 웹소설 작가가 된 동료가 나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으면 배가 아플 수밖에 없다. 1-2년을 열심히 쓴 글이 독자들의 외면을 받을 때도 속이 쓰려서 잠이 오지 않는다. 특히 요즘은 웹소설 시장이 나날이 어려워지면서 예전만큼 벌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동료 작가 사이에서 돌고 있고 그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것은 단순히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꾸준히 나가는 요금-각종 공과금, 아파트 관리비, 휴대폰 요금, 식료품비 등-이 있는데 내 수익이 그 요금을 낼 수 없을 지경이 되면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웹소설 작가들은 언제든 그렇게 될 수 있다.
웹소설 작가들 중에는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정신적인 질병으로 치료를 받는 이들도 많다. 매일 글을 쓰는 생활도 오래 유지하다 보면 지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불안한 마음이 들면 끝도 없이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작가들은 연속된 기대 이하의 결과로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 학습된 무기력이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그럴 때에 작가는 글을 쓰기는커녕 생존조차도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웹소설 작가의 매력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업’이 과연 좋으냐는 것이다. 보통 전업 작가라고 하면 한가롭게 산책하면서 글을 구상하고, 글을 쓰면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다 쓰고 나서는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보내도 늘 일정 수익이 제 통장에 들어오는 그런 삶을 꿈꿀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전업은 없다. 전업이라고 하면 정말 더 치열하게 글을 쓰고, 그 글에 대한 결과를 제 삶으로 감당해 내야 한다.
웹소설 작가도 겸업이 더 나은 거 같다.
나는 안정적인 직업이 있는 남편이 있어 수익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는 일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끝도 없이 우울해졌던 기억은 많이 있다. 그러다 같이 에세이 공부했던 지인이 출간을 하게 되어 북토크에 가게 되었는데, 그때 에세이 작가는 북토크를 해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웹소설로는 북토크를 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 외에 북토크 등의 활동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책에 대한 뒷이야기를 나누며 독자들과 소통하는 경험은 돈으로 감히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인 것 같았다. 북토크를 한 지인 작가도 매우 행복해 보였다.
어느 날 웹소설 작가들이 가입되어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그런 글을 보았다. 작가 수입이 점점 줄어들어 어쩔 수 없이 겸업을 선택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오히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자신에게 힐링이 되어서 글쓰는 것도 재미있어졌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가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니 그러한 경험이 인생의 활력이 되었던 것이다. 그 글에 다수 작가들이 공감 댓글을 단 것을 보면서, 나도 아르바이트나 해 볼까 싶었다. 만약에 돌봐야 하는 아이가 없었다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전업이든 아니든, 웹소설 작가에게는 절대적으로 글을 쓰는 시간 외에 글을 쓰기 위해서 자신을 지켜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운동이든, 아니면 심리 상담이든, 공부든 아르바이트든 그런 시간이 있어야 건강하게 글을 오래 쓸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에 대한 에세이를 쓴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야말로 인세로 평생 호화롭게 살 수 있는 사람임에도 꾸준히 달리기를 하면서 체력을 키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체력을 지켜 오래 쓰기 위해서였다. 아니, 단순히 체력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 달리기를 하면서 맡는 냄새, 보는 풍경, 그 모든 것이 사람에게 깊은 영감과 활력을 준다. 그렇게 생각하면, 작가들이 글을 쓰는 시간 외에 하는 활동들도 어쩌면 돈을 버는 것 외에 ‘글을 쓰는 몸’을 지켜내기 위한 활동들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웹소설 전업 작가들은 돈과는 상관 없이 그런 것들을 강제로라도 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작가는, 글을 쓰는 그 행위만으로는 절대 살 수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림 자료 출처: https://pixabay.com/ko/)
*글쓴이 - 김지영
한때 교직에 몸을 담았다가 그만 두고, 아이를 키우면서 웹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때로 인기 있는 글들을 보며 질투도 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재미를 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며 늘 습작생의 기분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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