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의 말을 경청해서는 안 되고 (...) 스스로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칭찬에 아무런 가치도 두지 않는다."
요즘 나는 밤에 잠이 잘 오지 않거나, 하루의 마음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을 때, 마르쿠스 아우랠리우스의 <명상록>을 몇 구절씩 읽는다. 한 번에 너무 많이 읽기 보다는, 한 번 읽을 때 몇 장 넘기지 않는다. 대신 짧은 구절이라도 그 구절에 머무르며 찬찬히 하루를 돌아보고자 한다. 마치 종교인이 성경이나 불경의 한 구절을 암송하며 머무르듯, 나는 종종 이렇게 책의 몇몇 구절들을 마음에 새기며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지난 밤에는 이 구절에 오래 머물렀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말에 경청할 필요는 없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온갖 말들을 주변으로부터 듣게 되지만, 그것이 칭찬이든 비판이든 걸러들을 필요가 있다. 특히, 아우랠리우스는 '뼈 때리는 듯한' 표현도 남겨두었다. "스스로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말은 비판은 물론 칭찬조차 너무 염두에 둘 필요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늘 타인의 인정과 칭찬, 관심을 갈구한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기 스스로, 과연 나는 나 자신에게 인정받는지 진진하게 들여다보는 일은 드물다. 과연 나는 어린 시절의 나에게 인정받고 있을까? 나는 어린 시절 꿈꾸고 바라보던 어느 어른 만큼 멋지고 정의롭고 올바른 사람이 되어 있을까? 나는 그런 나 자신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걸 회피하고 있지는 않을까?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을 피할 수 없더라도, 먼저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인정받아야 할 듯하다. 그러고 나면, 너무 멀리서 인정을 찾기 보다는, 가까운 사람의 인정을 먼저 얻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가족으로부터 삶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으면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삶은 그런 식으로 안에서부터 단단해져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밖에서부터 얻어오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이것이 네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네가 그것을 굳건하게 해나간다면, 네 자신을 위해 다른 무엇인가를 하거나 얻으려고 한눈팔지 않게 될 것이다. 너는 여전히 다른 많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 그렇다면 너는 자유롭지도 못한 것이고, 네 자신에게 만족하지도 못할 것이며, 감정과 기분에 휘둘리는 것으로부터 벗어나지도 못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세상의 온갖 칭찬들을 수집하듯, 온갖 것들을 마구잡이로 소중히 여기지 않는 일이다. 내가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에 몰입해야 한다. 그 외의 것들이 한눈팔지 말아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일이든, 나의 사람이든, 나의 마음이든 나는 나에게 가장 진정으로 소중한 것에 몰두할 필요가 있다.
요즘 나는 세상의 많은 목소리들을 가능한 한 잠재우며, 집필에 몰두하고 나에게 중요한 것들의 우선순위를 매겨 그것들 위주로 삶에 남겨두고자 하고 있다. 온갖 것들을 쫓다보면, 돈을 조금 더 벌거나, 조금 더 모르는 사람들의 관심을 수집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자신의 진정한 삶, 진짜 소중한 것은 잃을 수도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하여, 내 삶에 더 집중해가는 법을 배워간다.
* 인용구는 <명상록>(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박문재 역, 현대지성)에서 발췌
* 글쓴이 - 정지우
작가 겸 문화평론가, 변호사. 20대 때 <청춘인문학>을 쓴 것을 시작으로,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 <그럼에도 육아>, <ai, 글쓰기, 저작권> 등 여러 권의 책을 써왔다. 최근에는 저작권 분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20여년 간 매일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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