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책 소개 내용
북토크는 탱고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작가는 탱고 용어, 음악, 영상을 곁들이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탱고를 직접 춰 본 적이 없지만, 반짝이는 드레스와 구두를 신고 리듬에 몸을 맡긴 댄서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춤의 세계에 스며드는 듯 했다. 책이 나오기 전부터 보배 작가가 탱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탱고의 매력을 듣다 보니 그 좋아함의 결이 훨씬 더 깊고 단단하게 다가왔다.
"어디서든 그럴듯한 탱고 한 딴다를 추고 나면 평상시 일상에 찌든 푸석푸석한 나는 사라지고, 어느새 반가움을 온몸에 가득 머금은 사람이 되어 있다. 호의가 담긴 눈과 활짝 열린 마음으로 처음 만나는 이와 탱고를 출 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비로소 자연스럽게 얼굴에 퍼지는 미소. 이럴 때 내가 정말로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_ 『우리의 심장이 함께 춤을 출 때』 중에서
책 이야기로 시작된 북토크는 자연스럽게 ‘취미’라는 주제로 이어졌다. 사회자는 “삶을 바꿀 정도의 취미가 있으신가요?”라고 물었고, 참석자들은 차례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는, 다른 이는 악기를 배운 시간을 나누었다. 중학생 친구는 강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일 외에 열중하던 순간을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엔 밝음이 묻어났고, 눈빛은 반짝였다. 모두들 자신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리듬 하나씩 간직한 채 살아가는 듯했다. 그중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저는 아직 뚜렷한 취미가 없어요. 그래서 다른 분들처럼 즐거운 취미를 도전하고 찾을 순간이 기대 됩니다.” 뭔가를 이미 갖고 있어야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좋아할 무언가를 찾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설렐 수 있다는 것. 취미란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새로운 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있었다. 카메라 앵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취미라고 한 이의 대답은, 유난히 잔상에 남았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칠 법한 장면도 프레임 너머로는 빛의 방향, 사람의 표정, 나뭇잎의 떨림 같은 것들이 더 선명해진다고 했다. 카메라 덕분에 무심히 지나쳤던 삶의 결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말하는 목소리에는, 즐기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삶 속에서, 잠시 멈춰 세밀하게 바라보는 그 순간이 어쩌면 일상을 다시 숨 쉬게 해주는 틈이 되어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다시 책장을 넘기던 중, 아래 문단에 시선이 멈췄다.
‘누군가가 내게 탱고가 왜 그렇게 좋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아무래도 탱고는 나에게 취미 그 이상인 것 같다. 처음으로 가장 푹 빠져본 취미이기도 하지만, 탱고 시작 후 생긴 나의 인연들이 모두 탱고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할 테다. 다정한 친구들,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탱고 대회 때 우리를 찾아온 아기까지. 지금은 여건이 안 돼서 탱고를 전처럼 즐길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탱고는 내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당장은 입덧의 묘약으로 탱고 영상이 꽤 유용하기도 말이다.’_ 『우리의 심장이 함께 춤을 출 때』 중에서 .
그 순간, 서점에 들어설 때 궁금했던 ‘탱고에 관한 북토크에 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라는 머릿속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 답은 이미 눈앞에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타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일상에 촉촉히 스민 리듬을 나누던 그 순간, 춤은 없었지만, 아마도 우리는 마음으로 한 딴다의 탱고를 함께 추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딴다, tanda: 한 명의 상대와 이어서 춤을 추는 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