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쓰기의 가장 큰 장점은 자본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슷한 업계인 웹툰은 일단 그리는 도구가 필요하지만 웹소설은 그저 자판 입력이 가능한 전자기기만 있으면 된다. 스마트폰만 있어도 가능하다. 그리고 잘 되면 그야말로 다달이 연금이 들어오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인세를 받으며 살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최근 웹소설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듯하다. 그것은 예전에는 문학 창작 위주의 강좌가 열리던 곳에 웹소설 강좌가 생기고, 대학에도 웹소설 학과가 생기는 것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내가 대학 다닐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글을 읽고 내가 대학 다닐 때가 언제인가를 상상하지는 마시기를.)
그러면 누가 웹소설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솔직히 읽고 쓰는 것만 할 수 있으면 간단한 훈련을 거쳐 누구나 웹소설 작가로 데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쓰는 것이 많이 어렵지도 않고 출간 자체도 쉬운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웹소설 작가는 사실 데뷔 자체보다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나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이곳저곳에 많이도 얻어맞고 지금까지 꾸역꾸역 살아왔다. 하여 이러한 나의 삶을 통해서 대략 웹소설 작가의 삶을 소개하면, 준비생들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나는 000에서도 글을 썼다.
나는 어릴 때부터 끄적거리던 버릇이 있어서 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타자 수도 빠르고 생각도 빠른 편이라 데뷔 때부터도 공백 포함 5000자 정도(보통 웹소설 1화 정도다)를 한 시간이면 썼다. 이것이 굉장히 큰 장점이라는 것은 데뷔하고서 알았다. 웹소설은 속도전이기 때문이다. 보통 하루에 5000자 정도는 써야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출간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더 느리게 쓰는 작가들도 있지만 빠르게 쓰는 작가들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쓰는 것도 큰 장점이 된다. 나는 명절에 시댁에 내려가서, 밤까지 일하고 나서 혼자 아이 자는 옆에서 노트북 켜놓고 작품을 쓴 적도 있다.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병원 대기실에서, 병원에 입원해서 링거를 꽂은 채로, 산후조리원에서, 그야말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썼다. 그렇게 써야 하는 이유는 출간 일자가 보통은 촉박하게 정해지기 때문이다. 작가로서도 빠르게 출간하고 다음 작품을 쓰는 것이 유리하기에 약간 무리를 하면서도 그렇게 쓴다. 그러므로 작가들은 무엇보다 쓰는 행위에 아주 익숙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근육을 키우듯이 매일 조금씩이라도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 편집자님, 왜 제 아이만 미워하세요?
작품을 쓰고 나면 출간 준비를 하게 된다. 작품 출간은 보통 출판사를 통해서 한다. 출간 계약을 하는 과정도 있지만 여기서는 계약 이후부터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계약을 하고 나면 작품을 편집자에게 넘기고 피드백을 받는다. 나는 작품을 보내고 나서 피드백 메일을 받으면, 파일을 다운로드한 후에 처음부터 바로 보지 않고 한 번 슥 훑고 지나간다. 그러면 붉은 색이 곳곳에 보인다. 바로 내 작품에 대한 평가를 하거나 윤문을 한 부분이다. 그런 부분이 상당히 많으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살핀다. 별로 없으면 한숨을 한 번 내쉰 후에 어느 정도 안심을 하고 작품을 읽는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분명 작품에 대한 비판인데 내가 비판을 받은 것처럼 피드백을 보고 나면 마음이 힘들기 때문이다. 꼭 편집자가 내 아이(내 작품)만 미워하는 것 같다. 그래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요즘은 그래도 반복적으로 훈련을 하다 보니 많이 나아진 편이다.
- 내 작품이 쓰레기라고?
출간을 하고 나면 더 날서고 아프고 견디기 힘든 피드백이 남아 있다. 바로 독자 피드백이다. 편집자의 피드백은 그래도 어느 정도 포장이라도 되어 있다. 아무리 엉망인 편집자라도 작품이 ‘쓰레기’라고 하지는 않는데, 독자에게는 그 말을 상당히 많이 들어봤다. 요즘은 그런 댓글보다도, ‘요즘 로맨스 이래서 안 본다’는 작품 당 하나씩은 꼭 있는 댓글들이 더 아프다. 까닭은 괜히 나 때문에 다른 ‘멀쩡한’ 로맨스 작가까지 욕을 먹게 한 것 같아서이다. 한동안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댓글을 의도적으로 안 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어느 부분에서 부족한지를 알기 위해서는 독자 댓글은 그래도 보는 것이 낫다.
- 매출을 보고 반성한다.
독자의 평가로 끝난 줄 알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과정이 남았다. 그것은 작품의 매출을 보는 것이다. 대다수의 독자들은 댓글을 남기지 않는다. 까닭에 그들의 마음은 ‘매출’로 짐작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작품의 가치를 매출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무척 잘 쓴 작품도 매출이 잘 안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매출은 작품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내 작품이 정말 재미가 없어서 매출이 안 나오고 있는데, 매출이 전부가 아니라며 합리화만 하고 있으면 나는 작가로서 발전할 수가 없다.
예전에 댓글은 좋은데 매출은 무척 안 좋은 작품을 쓴 적이 있었다. ‘깊이가 남다르다’ ‘주인공의 심리가 잘 표현되었다’ 등 장문의 좋은 댓글은 많이 달렸지만 많은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데는 실패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캐릭터가 맞붙으면서 일어나는 케미 내지는 긴장감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 작품 직전에 쓴 작품에서 나는 많은 악플을 받고 괴로워했었다. 그래서 ‘다음 작품은 악플을 받지 말아야지’ 생각하고는 갈등 요소를 의도적으로 줄여 버렸다. 결과적으로 악플은 줄었지만 매출도 덩달아 줄어들고 말았다. 이와 같은 경우는 캐릭터가 너무 이상적으로 그려져서 막상 욕할 곳은 없지만 재미도 없는 경우이다.
반성을 한다는 것은 그저 내 가슴을 치면서 괴로워한다는 것이 아니다. 같은 장르의 잘 나가는 작품들을 살피며 내 작품과의 차이를 찾아낸다거나, 내 작품을 다시 보면서 독자들이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았던 포인트를 찾아낸다든가, 내가 정말 몰입해서 재미있게 썼던 부분이 어느 부분인지 찾아내어 내 작품의 특징을 파악하는 등의 구체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 차기작을 쓸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웹소설 작가로 사는 것은 이 과정을 ‘무한 반복’ 하는 것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반복을 하면 할수록 전보다도 더 견딜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쓰는 것보다 피드백을 받는 것이 정말로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반성’의 과정을 최근까지 거의 하지 못했다. 작품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도 힘든데, 매출을 바탕으로 작품의 실패 요인을 분석하는 것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요즘 들어 용기가 생겨서 틈틈이 작품을 다시 읽어 보고 댓글도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저 모든 단계를 다 거치면 좋겠지만, 작가로서 필수로 거쳐야 하는 단계는 2단계까지다. 독자 댓글이나 매출 파악은 하면 좋겠지만 안 해도 작가로 살 수는 있다. 그러나 글을 쓰지 않거나, 글을 써도 출간을 하지 못하고 글을 컴퓨터에 보관만 해 둔다면 그 사람은 작가라고 하기는 좀 어렵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내가 나 자신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남이 불러줄 때 비로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글쓴이 - 김지영
한때 교직에 몸을 담았다가 그만 두고, 아이를 키우면서 웹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때로 인기 있는 글들을 보며 질투도 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재미를 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며 늘 습작생의 기분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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