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에서 한 개발자가 퍼즐 게임을 하다가, “어? 이거 내가 밤새워 만든 그 게임이랑 너무 똑같은데?” 하고 멈칫한다. 캐릭터만 조금 바뀌었을 뿐, 스테이지가 열리는 순서, 특정 모드가 등장하는 타이밍 등이 이상하리만큼 닮아 있다. “퍼즐 게임이 다 비슷하지”라는 말로 넘기기엔, ‘비슷한 장르’의 수준을 넘어 ‘기획 의도와 전개 방식’ 자체가 복제된 느낌이 든다.
게임개발자,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까?
저작권법 이해하기
저작권법상 ‘저작물’이 되려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어야 하고,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독창성’까지 요구되지는 않지만 단순 모방이 아닌 저작자 자신의 독자적 표현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7다212095, 저작권법 제2조).
게임물 역시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는데, 게임물의 경우 어문·음악·미술·영상·프로그램 등이 결합된 복합저작물 성격을 가지며, 개별 구성요소 하나하나의 창작성만이 아니라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가 구현되는 과정에서 구성요소들이 선택·배열·조합되어 전체로서 창작적 개성이 드러나는지가 저작권 인정시 핵심 판단 요소가 된다(대법원 2017다212095)
또한 저작권이 보호하는 것은 아이디어나 룰 그 자체가 아니라, 말·문자·색·화면 연출 등으로 외부에 드러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다. 따라서 침해 여부를 따질 때도 두 저작물의 표현형식만을 대비하여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다212095).
게임물에 관하여 판단한 다음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자.
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다212095 판결의 내용
이 사건은 매치-3 형식의 모바일 게임을 먼저 출시한 원고가, 피고가 출시한 다른 모바일 게임이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침해금지 등을 구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원고 게임물이 기존의 선행 게임들과 같은 장르적 틀 위에 있더라도, (i) 농장을 일체감 있게 구성한 캐릭터·악당·방해 요소의 설정, (ii) 여러 규칙과 모드를 특정 순서로 단계 도입하며 난이도와 재미를 설계한 방식, (iii) 맵 노드의 표현, 부스터 아이콘·시간 표시, 특정 모드의 반짝임 등 화면 구성과 연출의 결합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선행 게임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원고 게임물은 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피고 게임물은 캐릭터를 동물 등으로 바꾸거나 일부 보상 시스템을 추가했더라도, 원고 게임물에서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가 구현된 주요 구성요소의 선택·배열·조합(및 그 단계적 도입 순서)과 다수의 시각적 표현형식을 그대로 포함하여, 이용자에게 “캐릭터만 달라진 느낌”을 주는 정도로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원심이 실질적 유사성을 부정한 것은 게임물의 창작성·실질적 유사성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하여,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하였다.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때의 구제와 책임
민사적으로는 권리자가 침해자에게 침해의 정지를 청구할 수 있고, 침해 우려가 있으면 침해 예방 또는 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할 수 있으며, 침해로 만들어진 물건의 폐기 등 필요한 조치도 함께 구할 수 있다(저작권법_제123조)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 침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고, 침해자가 침해행위로 이익을 얻은 경우 그 이익액이 권리자의 손해액으로 추정될 수 있다(저작권법 제125조). 또한 권리자가 통상 받을 수 있는 이용대가(라이선스료) 상당액을 손해로 하여 청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저작권법 제125조). 등록된 저작권 등을 침해한 경우에는 침해자 과실이 추정되기도 한다(저작권법 제125조)
또 다른 선택지로, 요건을 충족하면(특히 ‘침해 전에 등록’ 등) 실제 손해액 입증 대신 법정손해배상을 저작물마다 일정 한도 내에서 청구할 수도 있다(저작권법 제125조의2)
형사적으로도 저작권 침해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저작권법 제136조).
결론
이 판결은 게임의 개별 요소가 일반적일지라도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구성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선택·배열하고 조합하여 선행 게임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췄다면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음을 명시하였다. 특히 단순히 캐릭터나 배경을 바꿨더라도 게임 규칙의 도입 순서, 특수 효과, 전개 방식 등 주요 구성요소의 선택과 결합 방식이 원작의 표현형식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다면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기획적 독창성의 보호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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