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말하는 '사람다운 회복'
사유와 자유의 시간
from. 강동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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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생존은 때로 그 자체로 숭고한 투쟁이 된다. 특히 평범했던 일상이 단 몇 초 만에 난도질당한 뒤, 다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매일을 버텨내는 이들에게 삶은 더 이상 당연한 축복이 아니다. 지난 4월 17일(금) 크레타에서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김진주 작가를 모시고 그녀의 처절한 기록을 담은 저서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북토크가 열렸다.
이 자리는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선명한 상처를 응시하며 다시금 세상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는지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품고 먼 길을 달려와 준 작가와, 그녀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 기꺼이 귀를 내어준 독자들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져 공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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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우리가 나눈 대화의 중심에는 '회복'이라는 단어가 묵직하게 놓여 있었다. 작가는 회복이란 단순히 상처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는 매끈한 복원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가 강조한 진정한 회복의 동력은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에서 시작된다. 내가 겪은 고통이 결코 사소한 우연이 아니었음을, 내가 입은 피해가 실재하는 폭력이자 사회적 부조리였음을 타인과 공동체가 온전히 인정해 줄 때 비로소 치유의 문이 열린다는 것이다.
작가는 수사 과정에서 겪은 부실함과 판결의 한계를 지적하며, 국가와 사회가 피해자의 고통을 ‘사건’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로 인정해주기를 갈구했다. 나 혼자만의 외로운 수용을 넘어, 타인의 객관적인 인정과 공감을 통해 나의 고통이 공적인 지지를 얻을 때, 피해자는 비로소 고립된 섬에서 걸어 나와 다음 장을 써 내려갈 동력을 얻는다.
작가는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피해자'라는 좁고 편향된 프레임을 스스로 씻어내고자 했다. 우리 사회는 범죄의 당사자에게 늘 전형적인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곤 한다. 한없이 무기력하고, 어둠 속에 숨어 눈물짓는 존재로만 남기를 바라는 세간의 시선들 사이에서 그녀는 단호하게 거부의 몸짓을 보였다. 화려한 네일아트를 하고 밝게 웃으며 대중 앞에 서는 그녀의 모습은 그 자체로 거대한 편견에 맞서는 저항이었다.
“피해자인데 밝으시네요”라는 말이 때로는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더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피해자도 일상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그녀가 책을 펴내고 독자들 앞에 선 이유는 동정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피해자이기 이전에 욕망하고 사유하며 꿈을 꾸는 주체적인 인간임을 선언하기 위해서였다. "피해자가 아닌 사람답고 싶었다"는 그 간절한 외침은 어제 모인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고도 아픈 파동을 남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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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의 출소, 그 20년 뒤를 기다리는 치열한 오늘
대화 도중 작가는 담담하지만 서늘한 진실 하나를 언급했다. "내게는 20년이라는 수명이 남았다." 이 문장은 가해자가 재판을 통해 확정받은 형량, 즉 20년 뒤에 출소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0년 후 가해자가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 자신의 생존이 다시 위협받을 수 있다는 비극적인 전제를 깔고 있는 고백이었다. 하지만 이 말은 역설적이게도 절망이 아닌 가장 치열한 삶의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유한한 시간을 선고받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명징한 시선으로, 그녀는 남은 생을 어떻게 의미 있게 채워갈 것인지 우리에게 되물었다. 언제 끝날지 모를 내일을 걱정하며 오늘을 낭비하는 대신, 주어진 20년 동안 마음껏 싸우고, 마음껏 사랑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선명하게 남기겠다는 다짐은 지독히도 아름다웠다.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시한부의 수명이 아니라,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낼 수 있는 가장 황홀한 기회이자 기적이었다.
북토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마음껏 나를 이용하라"는 작가의 마지막 말이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았다. 자신의 고통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부조리한 법과 제도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기를 바라는 그 헌신적인 태도는 우리 사회가 아직은 서로를 돌볼 힘이 남아있는 곳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녀는 이제 단순한 피해자를 넘어, 비슷한 아픔을 겪은 이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구상하고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며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가 세상에 던진 문장들은 이제 우리 각자의 안에서 타인의 아픔을 인정하고 또 다른 연대를 시작할 용기가 될 것이다.
지금 당신의 삶이 예상치 못한 풍파로 무너져 내린 것만 같아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혹은 세상의 편견에 갇혀 숨죽이고 있다면 김진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길 권한다. 우리는 죽지 않았기에 오늘도 싸울 수 있고, 그 싸움 끝에 만나는 나는 어제보다 훨씬 더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 사건의 당사자가 멋진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귀하다는 한 독자의 고백처럼, 상처 입은 모든 영혼에게 그리고 다시 일어서기를 주저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뜨겁고 정직한 생존의 기록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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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유와 자유의 시간
골목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면서, 책과 사람이 만나 펼쳐지는 소소하지만 진솔하고, 일상적이지만 이상적인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 글쓴이 - 강동훈
부산 전포동에서 '크레타'라는 작지만 단단한 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읽게 만드는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책을 잘 파는 서점인이 꿈이자 목표입니다.
* 인스타그램 : www.instagram.com/bookspace.cre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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