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이해하기
먼저, A씨의 그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서 저작물에 해당하며, 그 그림을 그린 A씨는 별도의 저작권 등록 없이 곧바로 그 그림의 저작권자가 된다. 저작권자는 저작물을 공중에게 송신하거나 전송할 수 있는 권리인 공중송신권을 가지는데, 지상파나 케이블 TV를 통한 송신뿐만 아니라 온라인 등을 통한 송신 등이 모두 이에 포함된다.
*공중송신권은 방송권(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음성이나 영상 등을 송신하는 권리), 전송권(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권리), 디지털음성권으로 구성된다.
즉, 저작물을 방송이나 OTT 플랫폼 영상 등을 통해 공중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방송권, 전송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례에서와 같이 주인공을 비추는 과정에서 우연히 배경에 3초 정도만 그림이 노출된 경우에도 문제가 될까? 다음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8. 25. 선고 2021가단5114948 판결
사안에서 드라마 'H'의 제작사와 소품 업체가 화가의 동의 없이 그림 2점을 세트장 배경 소품으로 사용했다. 이 그림들은 드라마 1회부터 10회까지 총 80~90초에 걸쳐 여러 장면에 걸쳐 노출되었고 , 이후 넷플릭스와 IPTV 등 VOD 서비스로도 송출되었다.
법원은 제작사, 소품 업체, 그리고 방송사 모두의 저작권 침해 책임을 인정하며 화가에게 6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비록 전체 노출 시간이 약 80~90초 정도로 짧았지만 , 법원은 이를 단순히 '우연히' 포함된 배경이 아니라 드라마의 분위기 설정을 위해 '의도적으로 배치된 소품'이라고 보았다. 특히 방송사는 저작권 침해 항의를 받은 후에도 상당 기간 VOD 서비스를 수정 없이 계속 제공하여 과실이 인정되었다.
즉, 소품으로 사용된 그림이 노출된 시간이 총 2분이 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 것이다. 이는 드라마나 예능의 단순 배경이라도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영상 촬영 시 배경에 등장하는 모든 저작물에 대해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할까? 이는 저작물의 사용이 '부수적 복제(저작권법 제35조의3)'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저작권법 제35조의3(부수적 복제 등) 사진촬영, 녹음 또는 녹화(이하 이 조에서 “촬영등”이라 한다)를 하는 과정에서 보이거나 들리는 저작물이 촬영등의 주된 대상에 부수적으로 포함되는 경우에는 이를 복제ㆍ배포ㆍ공연ㆍ전시 또는 공중송신할 수 있다. 다만, 그 이용된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이용의 목적 및 성격 등에 비추어 저작재산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저작권법은 사진 촬영, 녹음 또는 녹화 과정에서 보이거나 들리는 저작물이 주된 대상에 부수적으로 포함되는 경우, 그리고 저작재산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이를 복제·배포·공연·전시 또는 공중송신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즉, 영상 촬영 과정에서 저작물이 주된 대상에 부수적으로 포함되는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이용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부수적'인지에 대한 판단은 생각보다 엄격하다. 다음의 키워드를 통해 체크해보자.
♠ 판단의 핵심 키워드
- 부수성(배경성): 해당 저작물이 작품의 본질적인 내용이 아니라 단순히 배경이나 주변 소품으로 존재했는가? 만약 해당 저작물이 장면의 분위기를 형성하거나 연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부수성이 부정될 수 있다.
- 비중(양적·질적 비중): 화면에서 차지하는 크기, 노출 시간, 초점이 맞았는지 여부를 따진다. 단순히 화면에 걸린 정도를 넘어 저작물의 원래 모습이 온전히 인식 가능한 크기와 형태로 노출된다면 침해 가능성이 커진다.
- 의도성(대체성): 해당 저작물을 촬영의 '주된 표현력'으로 활용했는가? 저작물의 창작적 개성이 영상의 개성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시장에서 해당 저작물의 수요를 대체할 정도(이용료 수입 감소)라면 저작재산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것으로 본다.
정리하자면, 소품을 중심으로 확대 촬영하지 않았고, 노출 시간이 2~3초 정도로 극히 일부이며, 배경으로 우연히 포함된 사정이 명백하다면 부수적 저작권 침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트장에 특정 목적을 가지고 배치한 소품이라면 아무리 잠깐 나와도 '부수적 복제'로 인정받기 어려워 저작권침해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 영상 제작시 저작권 침해를 피하기 위한 대응 방안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경우, 단순히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에 그치지 않는다. 사안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안전한 창작 활동을 위해 다음의 대응 방안을 반드시 기억하자.
- 사전 허락(Clearance)이 원칙: 배경에 걸리는 그림, 책, 디자인 가구 등은 가급적 작가나 권리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 저작권 프리(Royalty-Free) 소품 활용: 저작권 보호 기간이 만료된 고전 예술 작품이나, 상업적 이용이 허가된 이미지/소품을 사용하자.
- 블러(Blur) 처리 및 구도 변경: 의도치 않게 특정 브랜드 로고나 저작물이 찍혔다면 후반 작업에서 블러 처리를 하거나, 촬영 시 초점을 흐리게(Out-focusing) 처리하자.
- 자체 제작 소품 사용: 미술팀에서 직접 제작한 소품을 사용하여 저작권 이슈를 원천 차단하자.
*글쓴이 - 로에나
지식재산권 분야 변호사로 일하고 있고, 가끔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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