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탄생을 응원합니다
사유와 자유의 시간 - 강동훈 |
|
|
크레타를 시작하며 이 공간은 ‘커뮤니티형 서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서점을 열었을 때, 이곳이 단순하게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독서모임을 통해 제대로 읽는 사람을 연결하고, 북토크를 통해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곳이 되었으면 했다.책을 펼치면 저마다의 세계가 열리듯이, 크레타도 누군가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곳이 되길 바랬다. 그래서 서점을 연 뒤로 독서모임을 꾸준히 운영해왔고, 매달 한 번씩은 작가를 초청해서 북토크를 열었다. |
|
|
|
넉넉지 않은 거마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부산의 작은 서점까지 와주시겠다는 작가님들이 계셨고, 덕분에 매월 한 번 이상의 북토크를 꾸준히 열 수 있었다. 부산에서도 적극적으로 북토크를 개최하는 서점이 생겼다는 사실이 조금씩 알려졌는지 작가 또는 출판사 측에서 먼저 제안을 주시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무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일정을 조율해서 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매월 평균 3~4회의 북토크가 꾸준히 열리는 서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
|
|
|
하지만 마음 한편에 늘 아쉬움이 존재했다. 지역에서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커나가는 서점이지만, ‘지역’의 이야기를 제대로 담지 못하는 현실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기회는 흔치 않다. 출판사의 마케팅 지원을 받기 어려운 작가들이 많고, 독자들과 직접 만날 자리는 더욱 적다. 다양한 서점과 도서관이 이런 만남의 장, 소위 말하는 ‘판’을 깔고 있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더욱 ‘유명한’ 작가, ‘팬덤이 있는’ 작가를 섭외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크레타도 여기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
|
|
|
마음속에 존재하는 아쉬운 마음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 없었다. 작가는 독자를 만났을 때 힘을 얻고, 계속 써나갈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서평과 SNS의 좋아요 만으로는 스스로가 ‘작가’라는 정체성을 확인하기에 부족하다. 새해를 맞이하여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잠시 옆을 볼 여유, 곁을 내어줄 마음이 있다면 충분히 작은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지난 1월 <첫 책, 첫 북토크 크레타가 지원합니다>라는 공지를 올렸다. 독자를 직접 만날 기회가 없거나 부족했던 지역 작가들을 위해 ‘무료 북토크’를 열어 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조금 거창해 보이지만 제목도 <작가의 탄생>으로 정했다, |
|
|
|
“제가 이런 행사를 해본 적이 없어서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
|
|
|
하루 만에 네 명이나 지원했다. 당황스러웠다. 그사이에 한 명, 그리고 또 한 명, 그렇게 총 일곱 명이 신청하는 순간, 접수를 닫아 버렸다. 강연료도 드리지 못하는데 이렇게 많은 작가가 지원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도대체 무엇을 선정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잠시 고민을 한 뒤 달력을 펼쳤다. 2월을 넘기자 3월이 보이고, 3월을 넘기자 4월이 보였다. 그래서 상반기 일정에 조금 더 많은 틈새를 만들어 균열을 내기로 했다. |
|
|
|
신청한 작가들에게 한 분씩 연락을 드리며 상황을 설명했다. 북토크의 특성상 공저자로 참여하신 분들께는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며 ‘3인 이상 참여가 가능하면 기회를 드릴 수 있다.’ 안내를 드렸고, 그 외 작가에게는 일정을 조율해서 최대한 진행이 가능하도록 해보자 권했다.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나는 그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하고,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은 무대가 절실히 필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가 이런 행사를 해본 적이 없어서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라는 메시지에서 이 프로젝트의 가치와 지속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
|
|
|
첫 번째 작가의 탄생 북토크, 김성희 작가 <오십, 내 안의 데미안을 만나다> |
|
|
이 프로젝트로 벌써 두 번의 북토크가 진행되었다. 초대된 작가는 귀한 시간을 내어준 참가를 위해 떡과 선물을 준비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어떤 참가자는 꽃다발을 준비해서 책을 쓰느라 고생한 작가를 축하했다. 대부분 곁에서 긴 시간 함께 했던 지인들이 선한 마음으로 참여했고, 질의응답 시간도 평소와 다르게 응원과 격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한 참가자는 북토크에서 작가의 목소리를 들으며 책의 문장들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활자로만 접했던 문장이 작가의 입에서 직접 나오니, 마치 새로운 의미를 얻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그는 이후 책을 읽을 때마다 작가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더 깊이 공감하고, 자신의 해석을 더 해 나갔다. 그동안 진행했던 북토크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
|
|
|
시대가 변하면서 독자는 더 이상 책을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는다. 책이 쏟아지는 시대, 한 권의 책이 독자의 손에 닿기까지는 단순한 출간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서점에 책을 진열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독립서점과 협업하여 북토크를 열거나, 타깃 독자가 모인 커뮤니티에 직접 다가가는 기획도 필요하다. 출판사는 작가와 함께 독자를 찾고, 책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
|
|
서점,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공간 |
|
|
|
1인으로 운영되는 작은 서점에서 이런 행사를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를 섭외해야 하고, 홍보물을 만든 뒤 참가자를 모집해야 한다, 행사 하루이틀 전에는 확인 안내 문자를 다시 한번 보내고, 행사 당일에는 책을 정리하고 의자를 배치해야 한다. 참가자 응대와 북토크 진행, 후기 작성을 위한 사진 촬영과 도서 판매까지, 혼자서 해내야 하는 일은 넘쳐난다. 하지만 작가를 직접 만난다는 것은 책을 읽는 경험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또 다른 깊이를 선사한다. 북토크는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책과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순간이다. |
|
|
|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다.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공간이다. 그리고 나는 그 공간에서, 작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더 멀리 퍼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런 일들은 전혀 수고스럽지 않다. 책방지기로서 기꺼이 해야 하는 일이고, 더욱 적극적으로 치열하게 추구해야 하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작가의 탄생> 프로젝트를 통해 재조명 될 작가와 이야기가 어떤 연결을 만들어 낼지 기대된다. |
|
|
|
* 사유와 자유의 시간
골목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면서, 책과 사람이 만나 펼쳐지는 소소하지만 진솔하고, 일상적이지만 이상적인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 글쓴이 - 강동훈
부산 전포동에서 '크레타'라는 작지만 단단한 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읽게 만드는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책을 잘 파는 서점인이 꿈이자 목표입니다.
인스타그램 : www.instagram.com/bookspace.crete
|
|
|
|
* https://allculture.stibee.com 에서 지금까지 발행된 모든 뉴스레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즐겁게 보시고, 주변에 널리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세상의 모든 문화'는 각종 협업, 프로모션, 출간 제의 등 어떠한 형태로의 제안에 열려 있습니다. 관련된 문의는 jiwoowriters@gmail.com (공식메일) 또는 작가별 개인 연락망으로 주시면 됩니다. |
|
|
|